[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대규모 자금 유입에도 20일 8만2000달러 아래로 밀리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성 우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기술주와 암호화폐 시장에 매도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BTC) 가격은 한국 시간 오후 7시 30분 기준 8만15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약 1% 하락한 수준이다. 전날 8만2000달러선을 회복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ETH)은 24시간 전보다 약 1.6% 하락한 238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바이낸스코인(BNB)과 트론을 제외한 주요 알트코인 모두 일제히 내림세다.
◆ 블랙록에 6억6500만달러 유입…한 달 만에 최대 규모에도 가격은 뒷걸음질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과 대조적이다.
코인데스크와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소소밸류(SoSoValue)에 따르면 19일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는 총 5억266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 9월 22일 7억1470만달러가 유입된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대 규모다.
자금 유입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 집중됐다. IBIT에는 하루 동안 6억6520만달러가 몰리며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최대 일일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피델리티의 FBTC에서는 8360만달러, 그레이스케일의 GBTC에서는 5490만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나머지 ETF에서는 순자금 유출입이 없었다. 비트코인 ETF 전체로는 대규모 자금이 들어왔지만 실제 매수세는 블랙록 상품에 쏠린 셈이다.
이번 자금 유입으로 지난주 기록한 2억2850만달러의 순유출을 모두 만회했다. 다만 코인데스크가 소소밸류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10월 누적으로는 여전히 약 9050만달러의 순유출 상태다.
이더리움 ETF에서는 오히려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물 이더리움 ETF에서는 19일 1억33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4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블랙록의 ETHA에서만 9540만달러가 유출됐다.
ETF를 통한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매수세가 확인됐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 이더리움·솔라나·XRP 동반 하락…韓 AI 기업 상장 첫날 폭락에 유가 급등까지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짓누르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AI 산업의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다.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확보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제 수익이 투자 비용을 감당할 만큼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한국 AI 데이터센터 기업 엘리스(Elice·0158S0)의 증시 데뷔에서도 드러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리스는 20일 상장 첫날 공모가 9만500원보다 30% 넘게 낮은 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4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엘리스는 AI 연산에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이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1억5100만달러를 조달했으며, 공모 당시 기업가치는 약 7억5500만달러로 평가됐다.
엘리스의 부진은 한국 증시 전반의 급락과 맞물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약 4% 하락한 5552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약 3%, SK하이닉스는 약 4% 떨어지는 등 주요 반도체주에도 매도세가 집중됐다.
미국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도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RWV)의 주가는 5% 넘게 하락하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AI 인프라 기업들의 높은 부채 수준과 차입 비용이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빌린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걸맞은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에도 매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108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과 해상 운송 위험에 대한 우려가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일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
이날 기술주와 비트코인뿐 아니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졌다.
비트코인 ETF에 한 달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음에도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향후 매수세의 지속 여부에 쏠리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수익성 논란과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의 금리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의 단기 방향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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