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기뢰에 부딪혀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20일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최근 2주 동안 최소 18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은 가운데 이란이 미국의 군사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전 7시 4분 기준 전장보다 5.23% 급등한 배럴당 109.08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오전 6시 20분에는 4.2% 상승한 배럴당 107.5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날 만기를 맞는 11월물 WTI 선물은 9거래일 연속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달 들어 상승률은 20%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선물도 1.55% 오른 배럴당 111.2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5월 19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 이란 혁명수비대 "규정 위반 유조선 2척 기뢰에 피격"
유가 급등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가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에서 상선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 최소 18척이 공격을 받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2척이 자국 해군 부대가 설치한 기뢰에 부딪혀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통신사 타스님(Tasnim)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해당 유조선들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와 선박의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 이란 "美 공격 땐 더 강력히 대응"
이란은 미국을 향해서도 강경한 경고를 내놨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동등한 수준으로, 그렇지 않으면 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스님은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이 잇따르고 이란이 보복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유가 급등은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더해 WTI 최근월물 선물의 만기가 겹친 가운데 나타났다. 원유 선물 만기일에는 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과 차월물 교체 거래가 집중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