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국내 기업이 처음으로 해외에서 수주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LG CNS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추진 중인 10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로, LG그룹의 기술과 사업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전략이 해외 AI 인프라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첫 사례다.
이번 사업에는 LG CNS의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역량을 중심으로 LG전자의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솔루션 등 그룹 핵심 기술이 결집됐다. 개별 계열사의 제품 수출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그룹 차원에서 통합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해외에 구현했다는 의미가 있다.
LG그룹의 해외 AI 인프라 사업은 추가 성장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현재 30MW 규모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를 장기적으로 최대 220M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고객 확보가 완료된 가운데 후속 데이터센터 설계도 진행되면서 LG CNS의 추가 수주와 계열사들의 동반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000억 해외 AIDC 사업 결실…최대 220MW 확장 추진
21일 LG CNS와 LG그룹에 따르면 LG CNS가 인도네시아 재계 3위 시나르마스그룹과 공동으로 추진한 자카르타 AI 데이터센터가 이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8월 LG CNS가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에서 수주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으로, 계약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LG CNS는 시나르마스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LG 시나르마스 테크놀로지 솔루션'을 통해 발주사 KMG로부터 사업을 수주했다. 데이터센터는 자카르타 도심에 지상 11층, 연면적 4만6281㎡ 규모로 조성된다. 1단계 수전용량은 30MW(메가와트)다.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전체 수전용량을 최대 220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LG CNS는 데이터센터 준공에 앞서 1단계 고객 확보를 완료했다. 인접 부지에서 2·3단계 데이터센터 추가 구축을 위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증설이 본격화하면 LG CNS의 후속 인프라 수주와 함께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의 사업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냉각·전력·운영 하나로…'원LG' 통합 솔루션 승부
이번 프로젝트는 LG그룹 계열사들의 기술과 사업 역량을 결합한 '원LG' 전략을 해외에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 CNS가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을 총괄하고 LG전자의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솔루션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개별 제품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냉각·전력·운영까지 통합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이 통합 솔루션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환경이 있다. AI 반도체의 성능 향상으로 서버의 발열량과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글로벌 인프라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신속한 데이터센터 구축과 안정적인 운영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개별 설비의 성능뿐 아니라 냉각·전력·서버 시스템을 최적화한 통합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
LG그룹이 내세운 사업 모델은 '원 콘택트, 원 콘트랙트(하나의 창구, 하나의 계약)'다. 고객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냉각·전력·배터리 시스템을 업체별로 따로 계약하는 대신 하나의 창구에서 통합 제공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구축 기간을 단축하면서 설비 간 호환성과 운영 효율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인정한 냉각·전력 기술…빅테크 시장 공략
이러한 통합 전략은 AI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으로 전력 사용량이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로드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존 배터리백업장치(BBU)만으로는 급격한 부하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BBU와 무정전전원장치(UP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역할이 다른 전력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통합 솔루션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핵심 설비인 냉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공랭식 냉각뿐 아니라 냉각수 분배장치(CDU), 칠러, 콜드플레이트를 아우르는 '칩 투 칠러(Chip to Chiller)' 솔루션을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에서도 냉각 솔루션 공급사로 참여해 원LG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인증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600kW급 CDU에 대한 엔비디아 품질 인증에 이어 9월에는 2.5MW급 대용량 CDU의 'DSX 레디' 승인을 획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로 엔비디아의 DSX 레디 생태계에 합류했다. 냉각과 전력 분야에서 각각 기술 검증을 받으면서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대상으로 통합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했다.
◆말레이시아·태국·일본으로 확장…AI 인프라 시장 정조준
LG CNS는 인도네시아 사업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와 태국, 일본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사업을 개발하며 현지 사업자들과 신규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확보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수주를 늘리고 계열사들의 동반 진출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영역도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AI 인프라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LG CNS는 최근 GPU와 서버, 냉각·전력 설비를 사전에 제작해 현장에서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프리팹 모듈러 데이터센터'를 선보였다. AI 인프라 구축 기간을 단축하고 고객 수요에 맞춰 설비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 AI 서비스까지 하나로 제공하는 'AI 팩토리 풀스택' 사업을 추진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시작으로 서버와 네트워크 등 IT 인프라를 공급하고, 그 위에서 운영되는 AI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조헌혁 LG CNS 데이터센터사업담당 상무는 "단기간에 아시아에서 가장 큰 AI 인프라 공급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AI 데이터센터와 그 위에 들어가는 IT 인프라, 각종 AI 서비스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LG AI 팩토리 서비스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