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계산설정 오류를 최장 8년 1개월 동안 발견하지 못한 채 뒤늦게 고객에게 수백만원의 추가 납부를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의 한 유치원에는 과다청구한 약 34만원을 환불하겠다고 안내하면서, 별도 전기계약에 대해서는 345만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유치원 측은 이전 학년도 원아들이 사용한 전기요금을 현재 학부모에게 부담시키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업무처리 기준을 거듭 안내하고도 설정 누락을 걸러내지 못한 한전의 관리 부실이 결국 고객의 정산 부담으로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뉴스핌>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한전 서울본부 내부 공문과 전기요금 정산 안내문 등에 따르면, 한전 자체감사에서 교육용 저압 및 변압기 공동이용 저압계량 고객 42곳의 기본요금 계산설정이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 설정 누락에 검침·심사도 부실...최장 97개월 오류
서울본부 공문에 따르면 해당 고객들은 전력량계로 측정한 최대수요전력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산정해야 했다. 최대수요전력은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한 전력의 최댓값으로, 기본요금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계기부서가 전력량계 설치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이 요금 기준을 적용하는 설정을 빠뜨렸다. 요금부서 역시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공문은 관련 업무처리 기준이 여러 차례 강조됐음에도 최대수요전력 검침, 기존 고객 관리, 요금심사가 모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2020년 7월에도 교육용 저압고객의 계약 정상화와 기본요금 정산에 관한 업무처리 기준을 안내한 바 있다. 하지만 설정 누락은 이후에도 장기간 발견되지 않았고, 고객에 따라 최장 97개월 동안 요금 착오가 이어졌다.
◆ 34만원 환불 안내하면서 별도 계약은 345만원 추가청구
뒤늦은 정산을 둘러싼 갈등은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불거졌다.
한전 강북성북지사는 지난해 8월 21일 이 유치원에 기본요금 계산기준을 바로잡고 기존 청구액을 소급 정산하겠다고 통보했다. 2017년 1월 약관 개정에 따라 최대수요전력을 적용해야 했는데도 계약전력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계산해 왔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두 전기계약에서 각각 27개월간 과다청구한 20만3970원과 13만5980원, 총 33만9950원을 환불하겠다고 안내했다. 반면 별도 계약에서는 97개월간 요금 착오가 있었다며, 소멸시효 3년을 적용해 산정한 345만7030원을 추가로 청구했다. 안내문상 환불액과 추가청구액은 모두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유치원은 같은 달 25일 회신에서 사립유치원 회계처리 구조상 과년도 요금 납부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전 회계연도 원아들의 전기사용분을 현재 학부모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당시 회계연도인 2025학년도에 발생한 정산금에 대해서는 학부모운영위원회 자문을 거쳐 납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환불금 역시 같은 회계연도분만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과거 전기요금 소급정산과 채권의 법적 효력 등에 대해 법률검토를 진행했다.
이 의원은 "한전은 8년 넘게 요금을 잘못 계산하고도 검침과 요금심사 어느 단계에서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자신들의 잘못에는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고지서를 믿고 요금을 낸 국민에게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한전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업무처리 기준을 반복해서 안내하고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자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라며 "한전은 물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관리·감독 책임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ongwon34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