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정규시즌의 아쉬움은 가을야구에서 만회할 수 있을까. KIA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앞둔 삼성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반드시 되살려야 할 선수들이 있다.
삼성은 오는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IA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PO 1차전을 치른다.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한 삼성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결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상대 KIA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KIA는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LG를 3연승으로 제압했고, 3경기에서 24득점을 올리며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삼성이 KIA를 넘어 한국시리즈로 향하려면 기존 주축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특히 김영웅과 이재현, 원태인, 최원태의 반등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다.
네 선수는 이번 정규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심한 기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을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을야구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선수들이 다시 한번 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타율 0.167 김영웅, 가을만 되면 달라졌던 해결사
가장 극적인 반등이 필요한 선수는 김영웅이다. 김영웅은 2026시즌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167(186타수 31안타), 5홈런, 18타점, 1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496에 그쳤다.
지난해 22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홈런은 17개나 줄었고, 203타석에서 삼진 57개를 당했다. 삼진 비율은 28.1%에 달했다. 득점권 타율도 0.159에 머물렀다. 타격의 정확성과 해결 능력 모두 아쉬웠던 시즌이었다.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개막 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4월 중순 전력에서 이탈했고, 6월 말 복귀했지만 파울 타구에 발목을 맞으면서 다시 자리를 비웠다. 7월 초 1군에 돌아온 뒤에도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해 8월에는 재정비를 위해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영웅은 지난해 한화와의 PO 5경기에서 타율 0.625, 3홈런, 1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4차전에서는 6회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7회 역전 3점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전체 성적도 10경기 타율 0.424, 4홈런, 15타점, OPS 1.464로 압도적이었다.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KIA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9경기 타율 0.338, 8홈런, 21타점, OPS 1.257에 달한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주전 3루수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장타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반등의 조짐도 나타났다. 김영웅은 지난 22일 삼성의 자체 청백전에서 솔로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몰아쳤다. 정규시즌 내내 고민이었던 방망이가 중요한 시점에 살아나는 모습이다.
KIA는 준PO에서 김도영이 3홈런 8타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삼성에도 단기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김영웅이 지난해의 장타력을 되찾는다면 삼성 타선의 무게감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타율 0.222 이재현, 유격수의 반등이 필요한 이유
이재현 역시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씻어야 한다. 이재현은 올 시즌 85경기에서 타율 0.222(248타수 55안타), 17홈런, 45타점, OPS 0.793을 기록했다.
홈런 17개는 장타 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타율은 2할 2푼대에 머물렀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출전 경기도 줄어들면서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월별 성적에서도 기복이 드러난다. 3~4월 타율 0.157로 출발한 이재현은 5월 타율 0.356, 6홈런으로 반등했지만 8월에는 다시 타율 0.188로 떨어졌다. 9월 이후에도 타율 0.196에 머물렀다.
다만 이재현은 수비만으로도 삼성에 중요한 선수다. 유격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송구를 갖췄고, 내야 수비의 중심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공격력까지 회복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재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타율 0.300, 3홈런, 6타점, OPS 0.939를 기록했다. 특히 SSG와의 준PO 1차전에서는 1회초 선두타자 홈런으로 경기의 흐름을 삼성 쪽으로 가져왔다.
올 시즌 KIA를 상대로도 장타력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 KIA전에서 타율 0.276을 기록했고, 홈런 3개와 OPS 1.122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구자욱과 디아즈, 최형우 등 중심타선에 무게감이 있지만, 이들에게 득점 기회를 연결할 타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재현이 하위 타순에서 장타를 생산하고 출루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상대 투수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네일과 올러 등 KIA의 강력한 선발진을 상대로 한 번의 장타가 승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현의 방망이가 필요하다.
◆12승에서 7승으로…원태인, 에이스의 자존심 되찾을까
마운드에서는 원태인의 부활이 절실하다. 원태인은 올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했다. 145.1이닝 동안 117개의 삼진을 잡아냈지만 피안타 168개를 허용했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39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5년 원태인은 27경기에서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166.2이닝을 소화하며 삼성 선발진의 중심을 잡았고, WHIP도 1.10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승수가 5승 줄었고, 평균자책점은 1.28이나 상승했다. 9패를 기록하면서 데뷔 이후 꾸준히 보여줬던 안정감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시즌 후반 부진이 뼈아팠다. 7월 평균자책점 5.86, 8월 5.30에 이어 9월 이후에도 5.23을 기록했다. 마지막 6경기에서는 승리 없이 3패에 그쳤다.
구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원태인은 올 시즌 체인지업의 구속을 기존 120㎞대 초반에서 130㎞대 초반으로 높이는 변화를 시도했다. 빠른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늘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를 활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던 장점이 다소 희석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원태인은 큰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경험이 풍부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SSG와의 준PO 3차전에서도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2024년 KIA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면서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당시 보여준 투구는 삼성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PO에서 원태인이 맡아야 할 역할도 명확하다. KIA는 준PO 3경기에서 24점을 뽑아냈고, 김도영과 나성범을 비롯한 중심타선의 타격감이 뜨겁다. 삼성 선발진이 초반부터 무너지면 KIA의 공격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 원태인이 정규시즌의 기복을 떨쳐내고 6이닝 이상 안정적으로 책임진다면 삼성은 경기 후반까지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다.
◆평균자책점 4.68 최원태, 지난해 가을의 반전 재현할까
최원태도 중요한 반등 후보다. 최원태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다. 125이닝 동안 삼진 119개를 잡아냈지만 WHIP은 1.43으로 높았다.
지난해 27경기에서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평균자책점은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선발진의 핵심으로 기대했던 안정감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다만 8월 복귀 이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8월 14일 한화전에서 5.2이닝 1실점, 20일 SSG전에서 5이닝 1실점, 26일 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복귀 후 첫 3경기에서 16.2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원태가 가을야구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의 경험 때문이다. 과거 최원태에게 포스트시즌은 아쉬움이 많은 무대였다. 2025년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8경기에서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16에 그치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 유니폼을 입고 완전히 달라졌다.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삼성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한화와의 PO 2차전에서도 7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은 최원태의 호투를 앞세워 7-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두 경기에서 13이닝 1실점.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던 투수가 가을야구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PO 5차전에서는 3.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의 두 차례 호투는 최원태가 단기전에서도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KIA는 네일과 올러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 역시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불펜 소모를 줄여야 시리즈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최원태가 지난해처럼 6~7이닝을 안정적으로 책임져준다면 삼성의 선발 운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정규시즌 2위 삼성, 마지막 퍼즐은 주축들의 부활
삼성은 김영웅과 이재현, 원태인, 최원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구자욱과 디아즈, 최형우 등이 타선을 이끌었고, 외국인 선발투수들과 다른 주축 선수들이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기전은 작은 실수 하나와 홈런 한 방, 선발투수의 한 차례 호투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무대다.
더욱이 상대 KIA는 준PO에서 LG를 3연승으로 제압하며 상승세를 탔다. 김도영은 3홈런 8타점을 기록했고, 네일과 올러도 나란히 호투했다.
삼성이 KIA의 기세를 꺾으려면 기존 주축들의 활약에 더해 정규시즌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들의 반등이 필요하다. 김영웅은 장타력을 회복해야 하고, 이재현은 유격수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원태인은 토종 에이스의 안정감을 되찾아야 하며, 최원태는 지난해 가을 보여줬던 강력한 투구를 재현해야 한다.
희망적인 부분은 네 선수 모두 이미 가을야구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이다. 정규시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기억은 다르다. 삼성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영웅의 등장만이 아니다. 한때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다시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시작되는 가을.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는 김영웅·이재현·원태인·최원태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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