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틀 연속 불펜을 총동원하고도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벼랑 끝 승부를 앞둔 삼성의 운명이 이제 아리엘 후라도와 원태인의 어깨에 달렸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2-4로 역전패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뒀던 삼성은 이날 패배로 2승 2패 균형을 허용했다. 양 팀은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최종 5차전을 치른다.
문제는 마운드다. 삼성은 3차전과 4차전에서 연이어 불펜을 총동원했지만 마지막 1승을 채우지 못했다. 5차전에서는 선발 후라도가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지고, 필요할 경우 원태인까지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의 불펜 소모는 1차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6일 열린 1차전에서 선발 크리스 페덱은 4.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삼성은 배찬승에게 1.1이닝을 맡긴 뒤 김태훈, 이승민, 사토시를 차례로 투입했다. 당시 불펜진은 4.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페덱의 조기 강판으로 첫 경기부터 구원투수 4명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2차전에서는 후라도가 6.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불펜 부담을 덜었다. 108개의 공을 던지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이후 이승민이 1.1이닝 1실점, 원태인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후라도가 긴 이닝을 책임진 덕분에 불펜 투수는 2명만 투입됐다.
그러나 3차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열린 3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1.2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되자 사실상 불펜 총력전을 펼쳤다.
배찬승이 1.1이닝 1실점으로 뒤를 이었고, 이재희가 2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이어 원태인이 1.2이닝 1실점, 이승민이 1.1이닝 무실점, 김태훈이 0.2이닝 무실점, 사토시가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원태를 제외한 6명의 투수가 7.1이닝을 책임졌다. 불펜진이 124개의 공을 던진 끝에 삼성은 6-4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KS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그러나 그 대가로 불펜진의 체력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4차전에서도 불펜 소모는 이어졌다. 사흘만 쉬고 다시 선발 등판한 페덱이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99개의 공을 던지면서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삼성은 6회초 최형우의 솔로홈런으로 2-1 리드를 잡았고,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아웃카운트 9개를 남겨뒀다. 하지만 페덱이 내려간 뒤 삼성은 이승민, 배찬승, 사토시, 이재희, 김태훈 등 불펜 투수 5명을 투입하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7회말 3루수 김영웅의 실책을 시작으로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사토시는 0.1이닝 2피안타 3실점(비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이재희도 0.1이닝 동안 안타 2개를 허용했다. 불펜진이 2.2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45개의 공을 던졌지만 결과는 역전패였다.
결국 삼성은 3차전과 4차전에서만 도합 구원투수 11명을 투입했다. 이틀 동안 불펜이 던진 공은 총 169개에 달한다.
특히 이승민의 부담이 크다. 이승민은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등판했다. 1차전 17구, 2차전 20구, 3차전 27구, 4차전 7구로 총 71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으로 환산하면 4경기에서 4.1이닝을 책임졌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나흘 동안 4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른 투수에게 5차전까지 정상적인 구위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배찬승 역시 1차전 28구, 3차전 28구, 4차전 1구로 총 57구를 던졌다. 사토시도 1차전 16구, 3차전 1구, 4차전 16구로 3경기에 등판했다. 이재희는 3차전에서 22구를 던진 뒤 4차전에도 12구를 소화했다. 김태훈 역시 1차전 9구, 3차전 13구, 4차전 9구를 기록했다.
31일 하루 쉰 점은 다행이지만 이미 여러 투수가 연투와 잦은 등판을 반복했다. 5차전에서 불펜이 얼마나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선발 후라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후라도는 2차전에서 6.2이닝 5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108구를 던지면서 KIA 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당시 삼성은 후라도가 긴 이닝을 소화한 덕분에 이승민과 원태인만 투입하고도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5차전에서도 비슷한 투구가 필요하다. 후라도가 최소 6이닝 이상을 책임진다면 지친 불펜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대로 초반부터 흔들리면 삼성은 체력 부담이 쌓인 불펜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
후라도가 2차전 이후 나흘을 쉬고 등판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페덱처럼 사흘 휴식 후 등판하는 일정은 아니지만, 2차전에서 108구를 던진 만큼 구위와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
또 하나의 핵심 카드는 원태인이다. 원태인은 이번 PO 2차전에서 1이닝 22구, 3차전에서 1.2이닝 33구를 던졌다. 선발투수임에도 팀의 승리를 위해 2경기 연속 구원 등판했다.
두 경기에서 총 55개의 공을 던졌고, 4차전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31일 휴식일까지 고려하면 5차전에서 다시 구원 등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원태인은 단순히 한두 타자를 상대하는 불펜 투수가 아니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만큼 후라도가 예상보다 일찍 내려갈 경우 여러 이닝을 책임지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다만 원태인 역시 이미 2차전과 3차전에서 연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무리하게 긴 이닝을 맡기기보다는 후라도와의 역할 분담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5차전 총력전을 예고했다. 박 감독은 4차전 패배 후 "마지막 경기니까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쓸 생각이다. 페덱과 최원태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일 하루 쉬고 경기에 들어가는 만큼 불펜 투수들도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4차전에서 KS 진출을 확정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더욱 뼈아픈 것은 불펜을 아끼지 않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경기다. 후라도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 원태인이 어느 시점에 투입돼 얼마나 많은 이닝을 책임지느냐가 삼성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불펜의 체력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다. 삼성의 KS 진출 여부는 결국 후라도와 원태인, 두 선발 자원의 어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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