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선 윤 대통령 측이 이른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결과 자체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11차 변론에선 국회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종합 변론과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이 있을 예정이다. 즉 이날 변론을 끝으로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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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오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열린 10차 변론에 참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대화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그동안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은 명확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마비를 타파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국회를 봉쇄하거나 정치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조기 해제를 위해 군 병력과 경력을 필요 수보다 적게 배치하도록 했다는 점 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체포조 지시와 관련해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흔들고 그의 공작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주력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전화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고, 이를 말뜻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당시 통화 내용을 보면 대상자, 목표물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8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홍 전 차장이 (메모 하단 부분을) 기재함으로써 상당 명단이 체포 및 검거 명단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었고, 조 원장은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이후 윤 대통령 측이 홍 전 차장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전날 10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에 대한 2차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그는 이날 명단이 작성된 시간과 장소 등엔 일부 혼동이 있어 정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직접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과 육사 선후배 사이기 때문에 지원해 주라고 한 것을 '목적어 없는 체포 지시'로 해서 대통령의 체포 지시로 만들었다는 게 핵심"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정원장의 신임을 잃어 해임된 홍 전 차장이 탄핵 공작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선 유일하게 두 번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의 진술과 그의 메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형사재판과 달리 탄핵 사건에선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탄핵 사건은 형사재판처럼 죄명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큰 틀에서 보면 홍 전 차장의 진술이나 메모가 오염됐더라도 인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 대통령은 탄핵 사건뿐만 아니라 형사재판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체포조 지시 관련 주요 진술인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미리 흔들어 놓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윤 대통령 측이 메모라는 지엽적인 부분을 갖고 사실을 흔들려고 하는데, 이는 꼬리로 몸통을 흔들려는 격"이라며 "메모를 작성한 장소, 일시 등에 관한 홍 전 차장의 진술이 다소 흔들린다 해도 대통령의 지시나 다른 증인의 진술 등을 볼 때 '체포 지시'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체포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위치 추적은 할 이유가 없다"며 "헌재 결정문에 '홍 전 차장의 진술은 일부 변화된 부분은 있지만 당시 이런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고 그가 거짓을 이야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내용 정도는 들어갈 수 있겠으나 사실 관계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