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과 주요 암호화폐는 12일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혼조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5주째 6만2000~6만6000달러의 좁은 박스권에 갇힌 반면 도지코인과 BNB 등 일부 알트코인은 상승했다.
비트코인(BTC)은 한국 시간 오후 7시 30분 기준 6만40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며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유일하게 일간과 주간 기준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날에도 약 6만3500달러까지 내려가며 24시간 기준 0.6% 하락하는 등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했다.
이더리움(ETH)은 1911달러로 1.4% 상승했고 솔라나(SOL)도 76달러로 올랐다.
도지코인은 약 2% 상승해 0.07달러를 웃돌며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주간 상승률도 약 3%를 기록했다. 리플(XRP)은 1.7% 넘게 올라 1달러를 웃돌았지만 최근 일주일간으로는 4% 가까이 하락해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 ETF 매수에도 채굴업체·기업 매도…비트코인 5주째 박스권
비트코인의 횡보세가 장기화하는 배경에는 서로 엇갈리는 자금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트레이딩업체 윈센트의 폴 하워드 수석 디렉터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채굴업체와 스트래티지(MSTR)의 장외거래(OTC) 매도로 상쇄되면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파이넥스 애널리스트들도 ETF와 비트코인 재무전략 기업들이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주요 수요처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기업들의 재무 활동에서 매도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ETF 자금 유입과 글로벌 위험자산의 강세에도 비트코인은 지난주 약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거래량 감소도 비트코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워드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량은 3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름철 유동성 감소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어느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일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STS디지털의 제프 앤더슨 매니징 파트너는 "여름철 유동성 부족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상승과 하락 어느 쪽에도 확신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 CPI가 박스권 깨나…예상보다 낮으면 위험자산 '안도 랠리'
시장의 관심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8시30분 발표되는 미국의 7월 CPI에 집중돼 있다. 최근 수주간 이어진 비트코인의 6만2000~6만6000달러 박스권을 깨뜨릴 가장 유력한 단기 촉매제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7월 헤드라인 CPI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4%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보다 높은 CPI가 나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긴축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의 반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BTSE의 제프 메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는 약했다"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고 인플레이션까지 낮아진다면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굳어지면서 유동성과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레이더들은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반론을 주시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주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거시경제 환경은 안도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은 변수다. 브렌트유는 이날 0.3% 내린 배럴당 88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지속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최근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 옵션시장선 '7만달러' 베팅…250만달러 몰렸다
CPI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박스권 상단을 돌파해 7만달러를 향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데이터 추적업체 레비타스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빗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진 거래는 오는 9월 25일 만기, 행사가 7만달러인 비트코인 콜옵션이었다.
해당 콜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지급한 프리미엄은 총 약 250만달러에 달했다. 비트코인이 9월 말까지 7만달러를 밑돌 경우 이들이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 규모다.
이는 일부 투자자가 CPI 둔화를 계기로 비트코인이 현재 박스권에서 벗어나 7만달러를 향해 상승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방향성보다는 변동성 자체의 확대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퀀트 기반 트레이딩업체 TDX스트래티지스는 낮아진 내재변동성을 활용해 12월 만기 옵션을 축적할 것을 권고하면서 비트코인과 솔라나의 '스트랭글(strangle)' 전략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스트랭글은 만기가 같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해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든 크게 움직일 경우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앤더슨은 "현물 가격이 어느 쪽이든 박스권을 확실하게 돌파하면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물은 매집·파생은 숏…엇갈린 투자자 포지션
온체인 지표에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난센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가 거래소에서 빠져나가는 순유출 흐름이 나타나면서 현물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매집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난 하루 동안 4970만달러, 최근 일주일간 1억6460만달러의 거래소 순유출을 기록했다.
난센의 제이크 케니스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현물시장에서 주요 암호화폐는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강하다.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에서 전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4680만달러, 이더리움에 2090만달러 규모의 순매도(숏)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도 경계 대상이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9월은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에 가장 부진한 달로, 2013년 이후 평균 약 4%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CPI 이후에도 뚜렷한 방향성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비트코인의 횡보세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의회 논의 진전과 중동 지정학적 상황,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다음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