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주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원화에 다시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19일 달러·원 환율이 반도체주 리스크 오프와 외국인 증시 순매도, 역내외 저가매수 유입 등의 영향으로 1410원대 중후반까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예상 환율 범위는 1410~1420원으로 제시됐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1412.5원으로 전일보다 3.1원 하락했다. 1417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 초반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확대했고, 점심시간에는 역외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1408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달러지수가 반등하고 서울 외환시장 마감 이후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환율은 다시 1412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원화 약세를 이끌 핵심 변수는 반도체주다. 밤사이 뉴욕증시에서는 반도체주 투매가 나타나며 기술주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 우위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외국인의 원화 위험자산 포지션 확대가 국내 주식 매수와 커스터디 매도로 이어졌던 만큼, 반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원화 매도 수급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외 시장의 포지션 변화도 주목된다. 리얼머니 물량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 상황에서 역외 투자자들이 달러 롱 포지션으로 돌아설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환율 하락을 달러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환전 수요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환율 상승폭이 제한될 요인도 있다.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 물량이 대표적이다.
과거 월말에 집중됐던 네고 물량이 최근에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도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계절적 요인이 아닌 상시적인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수출업체 매물이 상단을 누를 가능성이 있다.
엔화 움직임도 원화의 추가 약세를 제한할 변수다. 달러·엔 환율이 160엔에 근접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달러·엔은 이전 미·일 공동개입 이후 반등해 160엔에 가까워졌다.
일본 당국이 추가 개입에 나설 경우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달러 롱 포지션을 구축하려는 투자심리를 제약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지수가 99.650으로 강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기물 매수세 유입으로 4.706%까지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이 1.33%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도 2.54% 급락해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전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91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수급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외환시장은 반도체주 흐름과 외국인 수급이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반도체주 부진이 유럽과 뉴욕 증시까지 이어질 경우 달러·원은 1410원 후반까지 레벨을 높이며 상승폭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
반면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일본 당국의 엔화 개입 경계가 강해질 경우 1420원 부근에서는 상승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