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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회사채가 국채 수요까지 빨아들이며 민간 자금을 거침없이 흡수하고 있지만 정작 상환 재원의 물음에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업체)의 설비투자가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면서 차입 없이는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반면 돈을 갚을 AI 수익은 부채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당장 수익이 채우지 못한 공백은 보증이나 추가 부채로 메워지고 있다. 높은 금리로 발행한 회사채와 칩 판매사의 보증에 기댄 사모대출에다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외 약정까지 더하면 지급 의무는 겉으로 드러난 부채보다 훨씬 큰 규모로 쌓이는 중이다. 수익 대신 신용으로 공백을 막는 순환이 형성되는 가운데 이 확장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계감이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차입 의존 고착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차입 급증 배경은 현금흐름의 역전이다. 아마존(AMZN)·알파벳(GOOGL)·메타(META)·마이크로소프트(MSFT)·오라클(ORCL) 5개사의 총 설비투자는 올해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섰다(바클레이스 추산). 벌어들이는 돈으로 투자를 감당하던 국면은 지나갔고 부족분은 외부 조달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알파벳은 올해 2분기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부족분이 커져도 발행을 멈추기 어려운 사정은 경쟁 구도에 있다. AI 경쟁에서 연산 능력이 뒤처지면 시장 지위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각 사는 지출을 줄이기보다 늘리는 쪽을 택했다. 최근 연간 설비투자 전망을 상향한 아마존과 알파벳이 그 예다. 설비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골드만삭스 최장 2년 시차 추정)되는 만큼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그 시차를 메울 수단은 부채로 좁혀진다.
회사채 발행 실적은 차입 외에 답이 없어진 사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5개사 중 4개사의 올해 상반기 발행액은 약 1950억달러로 작년 연간 실적 1080억달러를 반년 만에 약 81% 웃돈 것으로 집계(로이터통신)됐다. 골드만삭스는 5개사 발행액이 올해 2500억달러, 내년 4000억달러에 이르고 설비투자금에서 회사채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27%에서 내년 35%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소화력 약화·웃돈 상승
발행이 거듭될수록 물량을 받아내는 힘은 약해지고 있다. 아폴로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발행의 커버비율(발행액 대비 주문 배수)은 올해 2월 약 5배에서 7월 2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까지 장기물 매수를 주도해 온 보험사부터 주문을 거둬들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대형 AI 채권의 30년물에 5000만달러 이상의 주문을 낸 보험사는 1분기 15곳 안팎에서 2분기 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물러선 수요를 붙잡는 비용은 웃돈으로 나타난다. 로이터통신의 지난달 28일 보도에 따르면 신규 발행 프리미엄(기존 채권 대비 추가 금리)의 중앙값은 작년 2.25bp에서 올해 12bp로 5배가 넘었고 올해 발행된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91개 중 78개는 유통금리가 발행 당시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세이지어드바이저리는 대형 발행이 나올 때마다 유통금리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화 검증 공백
채권시장이 고대하는 상환 재원은 부채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의 2분기 매출은 67억달러로 1분기 57억달러 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적자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오라클의 미래 매출 지표인 RPO(잔여이행의무) 6380억달러의 절반가량이 오픈AI 계약인 만큼 오픈AI의 부진은 곧 오라클 채권단의 상환 계산 문제가 된다. S&P글로벌레이팅스가 지난달 오라클 신용등급을 정크 한 단계 위인 BBB-로 내린 배경에도 오픈AI 위험이 있었다.
지불의 최종 원천인 기업 고객 단계로 내려가면 상환 재원의 근거를 확인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드만삭스가 S&P500 기업의 실적 발표와 결산설명회를 분석한 결과 AI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경영진은 전체의 2%에 그쳤고 구체적 사용 사례를 수치로 제시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회수는 결국 기업 고객이 AI에 지불을 계속할지에 달려 있는데 그 지불을 정당화할 이익 개선이 아직 고객 기업들의 실적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백 메우는 보증
투자와 수익 사이의 시차를 견디는 수단은 결국 추가 부채와 보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일 아폴로·블랙록·블랙스톤 등 금융사 6곳과 5000억달러 규모의 고객 자금조달 협력을 발표했다. 담보 칩의 매각 대금이 원리금에 미달하면 프로젝트별 비용의 최대 25%를 엔비디아가 보전하는 구조다. 현금으로 칩을 사기 어려워진 고객의 공백을 판매사가 보증한 빚이 대신 채우는 셈이다.
고객의 수익화가 지연될수록 판매사에는 잠재 부담이 된다. 보증에 잠복한 위험은 브로드컴(AVGO) 주가 급락으로 한 차례 표면화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칩 판매에 딸린 보증에서 최대 3700억달러의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추산하자 회사 주가는 지난 14일 6% 떨어졌다. 앤스로픽 딜의 최대 290억달러처럼 계약마다 붙는 보증이 쌓일수록 잠재 손실도 불어난다는 계산에서다.
◆장부 밖 1조5000억달러
회사채 위에 얹힌 재무제표 밖 약정까지 더하면 부채의 실제 규모는 공시 수치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금융시장 블로그 알파빌에 따르면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엔비디아·오라클 6개사가 칩·전력 확보 등을 위해 맺은 구매약정 합산액은 1분기 말 9820억달러에서 2분기 말 약 1조5000억달러로 53% 불어났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알파벳에서 나왔고 성격은 전력 계약처럼 취소가 어렵거나 해지 수수료가 붙는 확정적 지급 의무다.
장부에는 이행분만 순차 반영되는 까닭에 부담의 실체를 공시 수치로 파악하기 어렵다. 예로 칩이 인도된 만큼만 부채로 잡히고 나머지는 주석에 잔액으로 기재되는 구조다. 어느 시점의 재무상태표를 봐도 부담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향후 수년간 매 분기의 현금 지출이 계약으로 확정돼 있는 상태다.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쳐도 대금 지급은 피할 수 없어 이익과 현금흐름 전망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월가 시각이다.
◆좁아지는 검증 시한
채권시장의 시선은 수익화 확인과 만기 도래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에 모이고 있다. 발행이 계속될수록 갚아야 할 원리금과 그 기한은 계약으로 하나씩 확정되는 반면 상환 재원인 AI 수익의 확보 시점은 여전히 전망의 영역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확정된 지급 의무의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화 확인에 허락된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모간스탠리는 2028년까지 AI 인프라 총지출 3조2000억달러 가운데 약 1조7500억달러가 회사채·대출·사모신용 등 신용시장에서 조달돼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계산대로면 지금까지의 발행은 앞으로 쌓일 지급 의무의 일부에 불과하다.
경계 심리는 신용 위험의 회피 비용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에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오라클의 5년물 CDS는 이달 초순 215bp 안팎까지 올라 최고치를 새로 썼다. 연초 144bp에서 70bp 넘게 뛴 수준으로 투자등급 CDS 지수(53bp 안팎)의 4배에 해당한다. 메타는 95bp, 엔비디아는 82bp로 각각 거래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었고 아마존과 알파벳도 연초 대비 30bp 안팎 올랐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