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뉴스
주요뉴스 글로벌

[기술과 쩐의 전쟁] ①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귀해진 돈'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세계 금융시장이 24일 자금쟁탈 시대로 이동했다
  • 미국 정부와 빅테크가 장기자금을 두고 경쟁했다
  • 장기금리는 오르고 재무부 바이백 효과는 제한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美 국가부채 40조달러 돌파…정부·기업 차입 수요 동시 확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빅테크 회사채 급증…국채와 장기자금 경쟁
장기금리 상승에 '값싼 돈의 시대' 흔들…자금의 수요·공급 구조 변화

*자금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자금쟁탈의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돈줄기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가늘어지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주요국 정부들의 재정 차입 수요와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기업들의 투자 붐으로, 민·관의 자금조달이 봇물을 이룬다. 인플레이션 유령을 떨치지 못한 중앙은행들은 참전을 꺼리고 있다.

다음 ①~⑤편에서는 '과잉저축 시대'의 종언과 '대(大)차입 시대로 전환'을 불러온 동인과 이것이 자산시장에 갖는 함의를 짚어본다. ⑥~⑨편은 미래 매출과 수익을 담보로 자금조달 각축전을 벌이는 AI업계의 최근 동향과 이들의 부채 폭식이 초래할 금융 측면의 위험, 그 위험 너머의 기회를 살피기로 한다.

[AI 일러스트=권지언 기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 금융시장이 '돈이 넘치던 시대'에서 '경쟁적으로 돈을 빌리는 시대', 자본이 귀해지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요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차입 수요가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민간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대규모 투자까지 가세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채권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던 주체들의 행보에는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잉저축의 시대'를 이끌었던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역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자의반 타의반 달러 자산 매입을 멈췄다. 지정학적 긴장이 불러온 자금줄의 역류다.

미국 등 해외로 자금을 뿜어대던 일본은 엔 가치 부양과 물가 방어를 위해 나갔던 자금을 다시 불러들여야할 판이다. 글로벌 자금 공급원 가운데 하나인 중동의 오일머니도 호르무즈 해협에 발목이 잡혀 돈줄기가 가늘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중동 산유국의 재정이 계속 나빠지면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이들의 자금 회수가 본격화할 수 있다.

빌리려는 돈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이를 받아줄 자금은 상대적으로 귀해지는 구조다.

최근 미국 장기금리가 경기 둔화 신호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도 단순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전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국가부채 40조달러…정부의 차입은 '상수'

미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부의 차입 수요다.

연방정부 부채는 이달 들어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총 공공부채는 지난 19일 기준 40조47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 재무부는 총부채를 정부 내 보유분과 민간이 보유한 부채를 합산해 집계한다.

2017년 초 약 19조9500억달러에서 10년도 되지 않아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최근 1년 동안에도 약 3조달러 증가했다.

재정적자 역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첫 10개월인 2025년 10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1조798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9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부채가 커질수록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진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연방정부의 부채 이자비용은 1조520억달러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가 새로운 정책과 지출을 위해서뿐 아니라 기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차환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구조에 들어선 셈이다.

◆ AI가 만든 또 하나의 거대한 자금 수요

여기에 과거와는 성격이 다른 거대한 차입 수요가 등장했다. 바로 AI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확보하며 반도체와 서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 규모가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주도의 투자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AI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냉각시설, 네트워크 장비 등 통신·반도체·에너지 산업에 가까운 규모의 자본투자를 요구한다.

빅테크가 보유한 현금만으로 투자 속도를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외부 차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이를 보여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1조680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27% 증가했다.

특히 AI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의 차입이 두드러진다.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4개 기업은 올해 7월 7일까지 약 194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 1080억달러보다 79% 많은 규모다.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약 2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는 4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과거 막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투자를 자체 조달했던 빅테크가 이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채권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에 이어 민간에서도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채권시장에서는 국채와 회사채가 같은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 정부와 기업, 결국 같은 장기자금을 바라본다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서로 다른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장기자금을 조달하고, 빅테크가 회사채를 발행해 AI 인프라에 투자하면 결국 이들 채권을 받아줄 같은 장기 투자자금이 필요하다.

2026년 08월 24일
나스닥 ▼ -0.77%
25980
다우존스 ▲ 0.26%
53417
S&P 500 ▼ -0.28%
7653

보험사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장기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금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빅테크가 동시에 차입을 늘리면 한정된 장기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정부의 차입 증가가 민간의 자금조달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out)'가 설명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자금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장기자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커지고 있다.

벤 채봇 노스웨스턴대 부교수 겸 전 연준 정책자문은 "회사채의 장기물 발행이 늘어나면 미국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와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계속 돈을 빌려야 하고, 빅테크는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에서도 방위비 확대가 새로운 재정 수요를 만들고 있다.

돈을 필요로 하는 주체가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장기자금의 가격, 즉 금리에 구조적인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 경기 둔화에도 안 떨어지는 장기금리…'돈의 가격' 다시 오르나

이 같은 변화는 미국 장기 국채시장에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7일 5.3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4.72% 안팎까지 상승했다.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졌음에도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통상 경기 둔화는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성장과 물가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향후 기준금리도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금리 결정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에 더해 AI 투자를 위한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까지 늘면서 장기채 시장이 소화해야 할 물량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클레이스의 안슐 프라단 애널리스트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 배경으로 악화하는 재정 전망과 AI가 촉발한 기업의 장기채 공급, 가격에 민감해진 채권 투자자층​을 꼽았다.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지표가 잇따랐음에도 장기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ACM 모델이 추산하는 미국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도 최근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장기채를 보유하면서 감수하는 금리와 인플레이션, 수급 등의 위험에 대해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다.

이는 장기금리가 단순히 연준의 단기 정책금리 전망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와 기업의 차입 확대, 인플레이션 위험, 채권 공급과 수요의 변화 등이 장기간 돈을 빌리는 비용에 함께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시장이 다시 가격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기준금리'가 아니라 장기간 자금을 빌려주는 데 필요한 위험 보상, 즉 돈의 가격 자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30년물 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가운데, 국채와 회사채 공급이 동시에 늘어나는 환경에서 장기금리가 어디까지 높아질지가 향후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바이백으로 장기금리 잡을 수 있을까

미국 재무부가 최근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고 나선 것도 치솟는 장기금리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다.

재무부는 지난 19일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의 바이백 규모를 기존 건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시행된다. 재무부는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발표 직후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30년물 금리는 전날 5.34%까지 치솟은 뒤 재무부 발표 이후 한때 5.19%까지 떨어졌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날 10년물 금리도 다시 4.69%로 올라 발표 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바이백이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미국 정부의 구조적인 자금 수요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채 발행은 이어지고 있고, 여기에 AI 투자를 위한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까지 늘고 있다. 재무부의 바이백 규모 확대가 장기채 시장의 수급 여건을 일부 완화하더라도 시장 전체가 소화해야 할 채권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전체 미국 국채시장 규모에 비하면 매우 작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늘어나는 바이백 규모는 최소 140억달러 수준으로, 약 32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바이백은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는 기술적 수단에 가깝다.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 그리고 민간의 AI 관련 차입 수요라는 구조적인 자금 수요까지 해소하는 수단은 아니다.

미국 국채가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 안전자산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적자와 민간의 차입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안전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과거처럼 낮은 금리에 장기간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금융시장을 지탱했던 '값싼 돈'의 시대가 흔들리면서 국채 역시 더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요구받는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기업의 차입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장기자금의 수급과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금리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안슐 프라단 애널리스트는 악화하는 재정 전망과 AI가 촉발한 기업의 장기채 공급, 가격에 민감해진 채권 투자자층이 최근 장기금리 상승을 설명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지표가 잇따랐음에도 장기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kwonjiun@newspim.com

22대 국회의원 인물DB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