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로이터의 에너지 상품 담당 칼럼니스트 론 부소는 14일자 글에서 단거리 경주를 견뎌낸 원유시장이 이제 마라톤 코스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소는 이란전쟁이 원유시장에 단기적인 공급 충격 정도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장기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험지로 이끄는 시험 무대로 바뀌고 있다고 걱정했다.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은 지난주말 파죽지세로 홍해 길목을 장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은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가동이 멈췄다. 이들의 배후 세력인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는 긴장의 수위를 중동 전역에 걸쳐 끌어올리고 있다.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발 수위는 계속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전개는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는 즉시 이란전쟁도 끝날 것"이라고 장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계관, 즉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 정도로 이란전쟁을 바라보는 안일함과 계속 충돌한다고 부소는 지적했다.
부소는 무엇보다 "이란전쟁 개전 초 원유시장 충격을 덜어줬던 안전장치들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임계점을 지나면 완충장치의 소멸 속도는 한층 빨라지기 마련이라,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고갈되는 상업용 석유 재고와 급감하는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대표적이다. 이란전쟁 이후 원유 수입량을 줄이며 글로벌 유가 오름폭을 제한했던 중국의 인내심도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려 한다.
후티와 이라크 민병대의 파괴력은 사우디의 원유 공급능력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이라크에서 날아든 드론으로 가동이 멈춘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해 홍해로 원유를 실어나르는 역할을 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란전쟁 초기 5개월 동안 해당 송유관과 서쪽 항구도시 얀부항을 통해 일평균 400만~50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전쟁 이전의 2배 넘는 수치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달하는 물량이 이렇게 수송됐다.
그러나 케이플러(Kpler)의 최신 데이터는 후티 반군이 홍해 길목에서 영향력을 확장하자, 사우디의 8월 원유 수출량이 일평균 200만 배럴로 급감, 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음을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처럼 물량을 바깥으로 밀어내지 못하다보니(저장탱크의 용량 부담으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 역시 30여년만에 최저치인 일평균 600만 배럴로 줄었다.
중동 정세가 일시 누그러졌다가 더 거칠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전 세계의 석유 재고는 쉼 없이 줄고 있다. IEA에 따르면 이란전쟁 발발이후 전 세계의 석유 재고는 5억700만 배럴 줄었다.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매일 280만 배럴(B/D)씩 감소한 셈이다.
부소는 미 해군의 호위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 나오는 유조선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미사일과 드론이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수시로 상선과 유조선 피격 뉴스가 전파되는 상황에선,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했다. 선주와 선장의 배포에 의존하는, 그리고 발신기를 꺼놓은 채 운에 맡기는 식으로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정치적 경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어 협상 테이블에 나설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가 상대를 바라보며 "얼마 못버틸 것"이라 장담하며 이 싸움을 더 오래 끌고갈 위험도 도사린다. 부소는 두 나라 지도부는 마라톤(장기전)도 불사하겠다며 의지를 다질지 모르나 전쟁이 여기서 몇달만 더 길어져도 원유시장내 완충장치 소멸로 미증유의 살풍경이 원유시장에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