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일시 배럴당 107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겹치면서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개장 전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50분(한국 시간 오후 9시 50분)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선물은 142포인트(0.27%) 내렸다. S&P500 선물과 나스닥100 선물도 각각 0.12%, 0.08% 하락했다.
시장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다시 치솟는 국제유가와 국채 금리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1.8% 오른 배럴당 107.55달러까지 상승한 후 현재는 106달러 선으로 밀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약 2% 오른 103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새글림빈 수석 시장 전략가는 "현재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대부분의 부담은 에너지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美 10년물 5.04%… 2007년 이후 최고
유가 급등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시장에서도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5.041%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몇 주간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미·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결국 각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위험자산인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특히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에 민감한 기술·성장주에는 높은 금리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10년물 금리 5%를 주식시장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지목했다.
바클레이스 전략가들은 "지금까지 기업 실적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상쇄해왔지만 10년물 금리가 5%에 근접한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이 수준을 넘어서면 금리는 통상 주식시장에 보다 지속적인 역풍으로 작용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 실적의 지속적인 증가세에 힘입어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금리가 현재 수준을 크게 웃돌 경우 주가가 더 가파르게 재평가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 연준 금리 인상 확률 92%…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장의 시선은 이날부터 양일간 열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현재 연 3.50~3.7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92% 이상 반영하고 있다.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면 케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 첫 금리 인상이 된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진 데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추가 인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글림빈 전략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흐름과 견조한 고용시장, 신뢰를 구축하려는 신임 연준 의장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는 시장이 올해 들어 본 것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의"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호지 나티시스 CIB 아메리카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이번 주 회의에서 워시 의장 시대 들어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해 기준금리 상단을 4.0%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워시 의장이 이번 인상을 연속적인 긴축의 시작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 AI 안전론까지 겹쳐… 기술주 투자심리 '찬물'
금리 부담에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기술주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최근 시장 불안을 키운 것은 주요 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AI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잇따라 주장한 것이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한 데 이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주말 사이 AI 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배제했다.
AI 개발 속도를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로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AI 수요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관련주에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장 전 거래에서 ▲알파벳(GOOGL)과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각각 약 1% 하락했다. 전날 매도세의 직격탄을 맞았던 반도체주는 혼조세를 보였고 ▲엔비디아(NVDA)는 소폭 상승했다.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츠의 낸시 텡글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움직임은 AI 트레이드의 종말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차질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나온 AI라는 지니를 다시 병 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 주식의 조정이 시장 전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지난 몇 년간 시장이 상당히 강하고 빠르게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종목별로는 ▲데이브앤버스터스(PLAY)가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개장 전 거래에서 12% 넘게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암호화폐 관련주도 약세다. ▲코인베이스(COIN)와 ▲스트래티지(MSTR)는 3~4%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이날 대체로 약세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6만3484.1로 거의 변동이 없었고, 한국 코스피는 0.85% 하락한 6627.26으로 장을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1% 내린 2만4667.24, 중국 본토 CSI300지수는 0.67% 하락한 4450.04를 기록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연례 증언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금리, 연방정부 부채 등에 관한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도 주목하고 있다.
CNBC가 입수한 사전 증언문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우리 경제의 강력함 덕분에 미국은 이란 이슬람공화국과 이를 지원하는 세력을 상대로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적 고립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밝힐 예정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