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동서(East-West) 송유관 피격으로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사우디가 오만 인근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아시아로 원유를 추가 공급하는 등 대체 수출로 확보에 나서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한풀 꺾였다.
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2.6% 하락한 배럴당 103.06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97% 내린 배럴당 100.41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던 가장 큰 요인은 사우디 동서 송유관의 가동 중단이었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원유를 운반하는 핵심 수송로다.
이번 주 초 공격 여파로 얀부 원유 수출 터미널의 선적이 중단됐고, 사우디는 유럽 고객들에게 예정됐던 일부 원유 선적까지 취소했다.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가 잇따라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 사우디, 오만 앞바다서 원유 환적…공급 불안 진정
그러나 사우디가 빠르게 우회 수출로 확보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오만 소하르항 인근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 방식으로 아시아 정유업체들에 추가 원유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동서 송유관 피격으로 줄어든 공급을 다른 경로를 통해 보충하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송유관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CNBC에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이 "짧고 일시적인 차질"이라며 복구 기간이 "며칠 단위로 측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차질이 예상보다 짧게 끝날 수 있다는 전망과 사우디의 대체 수출이 맞물리면서 원유시장에 퍼졌던 공급 불안도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이다.
XS닷컴의 피터 마사브니 사업개발 책임자는 "얀부의 공급 차질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체 수출 경로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손실됐던 원유 공급 일부가 다시 시장에 돌아올 수 있다는 안도감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 호르무즈 막히자 얀부가 생명줄…중동 확전은 여전히 변수
다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재차 급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얀부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사우디의 핵심 원유 수출 통로로 부상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기 어려워지자 사우디가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쪽으로 원유를 빼내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서 송유관과 얀부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시장에서는 중동산 원유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마사브니는 향후 유가 전망이 여전히 중동 정세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돼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수출에 더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채권 수익률에도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사브니는 "중동에서 긴장이 어떤 방향으로 고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원유와 휘발유, 디젤 가격까지 높고 위험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비관론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