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가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유럽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3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유럽 소형 전기차의 현지 생산 경쟁에서 한발 앞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 맞춰 개발한 전기차를 현지 생산·공급하는 단계에 진입한 반면, 중국 BYD는 헝가리 세게드 공장의 차량 생산을 올해 4분기 시작할 예정이어서 한·중 완성차 간 유럽 현지화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이즈미트 공장에서 아이오닉3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이달부터 유럽 주요 시장에 순차적으로 차량을 공급한다. 아이오닉3는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개발된 B세그먼트 전기차로,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대중형 시장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는 이즈미트 공장의 전동화 전환에 약 2억5000만유로를 투자했다. 초기 연간 생산능력은 3만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3를 유럽에서 약 2만대 판매하고, 2027년부터 연간 4만대 이상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아이오닉3 올해 2만대·내년 4만대…유럽 소형 EV 정조준
아이오닉3의 핵심은 가격이다. 현대차 독일법인은 아이오닉3 기본형 가격을 2만8950유로로 책정했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BYD 돌핀의 기본 가격은 3만3990유로다. 단순 기본 가격만 비교하면 아이오닉3가 5040유로 저렴하다. 유럽 외신 등에 따르면 BYD는 독일에서 차종별 자체 할인인 'E-보너스'와 리스·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격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실제 소비자가격에는 각종 프로모션과 보조금 등이 반영될 수 있어 두 모델의 가격 경쟁력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BYD 역시 독일에서 대규모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 같은 가격을 구현할 수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가 현지 생산이다. 튀르키예는 EU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어 산업제품의 교역에서 관세와 수량 제한이 철폐돼 있다. 이즈미트에서 생산한 차량을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이즈미트 공장은 1997년 가동을 시작해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형차 생산 경험을 축적해왔다. 현대차는 이번 전동화 전환을 통해 이 공장을 유럽 전기차 공급 거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이즈미트에서 배터리 시스템 조립을 담당한다. 다만 배터리 셀까지 모두 현지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단거리형 LFP 배터리 셀은 중국에서, NMC 셀은 헝가리에서 조달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생산 현지화가 곧 모든 공급망의 현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 BYD 세게드 4분기 가동…중국 전기차도 '유럽산' 전환
중국 업체들의 유럽 현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 공장에서 올해 4분기 차량 조립을 시작할 예정이다. 세게드 공장은 BYD가 유럽에 건설하는 첫 승용차 생산기지다. 당초 생산 일정은 더 빨랐지만 가동 시점이 조정됐다.
BYD가 유럽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통상 규제와 물류비 부담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헝가리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유럽 내 추가 생산기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BYD 유럽 고위 관계자는 향후 유럽에서 3개의 차량 조립공장과 1개의 배터리 공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BYD의 튀르키예 마니사 공장 건설은 사실상 보류 상태다. BYD는 2024년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15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6월 기준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고 생산 일정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는 투자협약과 BYD의 의무 및 보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이오닉3를 먼저 양산하면서,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BYD 역시 헝가리 생산을 시작하면 유럽에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가 아닌 '유럽에서 생산하는 중국 브랜드 전기차'로 경쟁하게 된다.
◆ 가격·품질·AS 경쟁…현지화 성적표는 판매량
승부처는 현지 판매량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3를 통해 증명해야 할 것은 유럽 현지 생산의 이점을 실제 판매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가격 경쟁력은 출발점이다. 유럽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 품질, 안전성, 잔존가치, 정비망 등을 함께 본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대중형으로 확대될수록 차량 가격과 유지비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와 서비스 접근성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이오닉3 양산을 앞두고 지난 7월 30일 이즈미트 공장을 찾아 생산라인과 배터리 시스템 조립시설을 직접 점검한 것도 초기 품질과 생산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당시 생산 초기부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고 유럽 소비자가 요구하는 높은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3의 판매 목표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초기 약 3만대 생산, 내년부터 연간 4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B세그먼트 시장을 겨냥한 첫 전용 아이오닉 모델인 만큼 판매량 자체뿐 아니라,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먼저 양산을 시작했다고 해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BYD는 헝가리 생산을 시작으로 유럽 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고, 체리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유럽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세를 위한 중국 업체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이오닉3의 승부수를 '유럽에서 먼저 만들었다'가 아니라 '유럽에서 얼마나 팔았느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튀르키예 현지 생산이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 품질, 판매·정비 서비스로 연결될 경우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전략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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