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정부안 국회 제출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정기국회가 진행돼 법안 논의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일정에 맞춰 기존 의원 발의안들과의 병합 심의가 가능하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정부안을 청와대에 제출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율을 마친 뒤 국회에 최종 정부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출 시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 금융위 "발목 잡을 의도 전혀 없다…11월 법안소위 병합 심의 준비"
27일 정치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11월 국회 법안심사소위 일정에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안 제출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서나윤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정책 세미나에서 "금융위가 발목을 잡는다든지 그러고 있는 것은 당연히 전혀 없다"며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고, 누구보다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 과장은 "정부안 제출 등 세부 일정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11월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점은 국회와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안 제출이 다소간 늦어지더라도 이미 의원님들께서 발의해 주신 안들이 있기 때문에 병합해서 11월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당연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자 교체 등에 따른 작업 차질 우려도 일축했다. 서 과장은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일정이 지연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생각하시는 국회 일정에 맞춰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분발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도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에는 안을 올렸느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서 과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달 26일 과장급 인사를 통해 서나윤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을 신임 가상자산과장으로 임명했다. 2024년 7월 가상자산과 신설 당시부터 초대 과장을 맡아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골격을 세운 김성진 과장은 자산운용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발행 주체' 자격 둘러싼 이견…은행 독점 vs 핀테크 문호 개방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제출이 지연되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 자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첨예한 시각차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 및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은행 중심의 엄격한 발행 요건을 선호하고 있다.
시장과 당국 안팎에서는 은행 컨소시엄이 발행법인 지분의 51% 이상을 보유하게 하는 방안(이른바 은행 51% 룰) 등이 거론됐으나, 이는 현행 은행법 제37조가 원칙적으로 은행의 다른 회사에 대한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를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은행법상 출자 제한 규정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5% 한도를 단순 적용할 경우 51%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최소 4개 은행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야 하는 계산이 나오는 만큼, 컨소시엄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가상자산 및 핀테크 업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은행에만 발행 문호를 열어줄 경우 민간 혁신을 저해하고 진입 장벽을 과도하게 높인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와 일반 법인에도 일정 수준의 준비자산 적립 및 요건을 충족하면 발행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발행 주체 설정을 둘러싼 조율이 장기화하고 있다.
◆ 위헌 소지 논란 속 '초과 지분 의결권 제한' 대안 거론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역시 강제 처분 가능성에 따른 재산권 침해 우려가 불거지며 주요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대규모 고객자산을 취급하는 핵심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수조 원대 가치를 지닌 사기업 지분에 대해 법으로 강제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될 경우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법률적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전통 금융권의 지배구조 규제를 신생 가상자산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민간 사업자의 창의성을 꺾고 신규 투자 유인을 대폭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에 당정 안팎에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나 내부통제 의무 강화, 혹은 이행 유예기간을 길게 부여하는 방식 등 대안적 감독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지분 자체의 강제 매각 대신 원칙적인 20% 지분 한도(혁신성 등 요건 충족 시 34% 허용)를 설정하되, 이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절충안도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며 조율이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만큼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업계도 큰 틀에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기존 지분의 강제 매각으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의결권 제한, 충분한 이행 유예기간 부여,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희석 등 현실적이고 유연한 대안이 함께 검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지배구조 변수…'과세 유예' 당정 대타협 주목
시장에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나 초과 지분 의결권 제한이 실제 도입될 경우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특히 기업결합을 추진 중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거래 구조는 물론, 운영사 지분율이 각각 73.56%, 97.15%에 달하는 빗썸홀딩스(빗썸)와 미래에셋컨설팅(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의 지배구조 조정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와 맞물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유예론을 제기하고 있어 당정 간 타협점 마련이 주목된다. 여야 모두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체계(CARF)가 2027년에야 가동돼 해외 거래 세원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과 손실 이월공제 불허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선(先) 기본법 정비, 후(後) 과세'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가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CEO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면서 거래소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무분별한 알트코인 상장·상폐 경쟁과 엔화(JPYC)·유로화(EURC)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이상 가격 형성, 올해 초 있었던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이 주요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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