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형사사법체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1954년 이후 유지된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개청한다. 각 조직이 분주하게 새 체계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변화가 예측되는지 다방면으로 알아본다.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는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공식 출범한다. 이른바 '한국형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미국 연방수사국)'를 표방하는 초대형 수사기관이 문을 열지만 초대 청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출발하면서 초기 사건 배당 및 수사지휘 체계가 원활히 작동할지, 사실상의 '1호 사건'이 무엇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이날 오전 10시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새 형사사법체계가 가동되는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이 이날 개청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 수장 공백 속 출범…금융·반독점 수사 조직 대폭 확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개청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중수청은 수장 없이 출범하게 됐다. 다만 중수청 차장과 6개 지방청장 인선은 개청 전날 마무리됐다. 초대 차장에는 판사 출신인 전종민 변호사가, 서울청장에는 검사 출신인 최재민 변호사가 각각 내정돼 이날 임용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청장 부재 상황에서 주요 사건의 배당과 수사지휘, 기관 간 조정 등 핵심 의사결정을 어떤 체계로 처리할지는 초기 조직 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에 총 정원 2874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수사관이 2567명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한다. 본청 정원은 396명, 6개 지방청은 2478명이며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청에만 1089명이 배치된다.
특히 서울청에는 약 150명 규모의 금융범죄수사국과 약 120명 규모의 반독점수사국이 설치된다. 금융범죄수사국 산하에는 금융범죄수사1·2과와 금융범죄합동수사과, 가상자산합동수사과가, 반독점수사국 산하에는 반독점수사1~4과가 각각 배치된다.
기존 서울남부지검 금융수사 조직은 약 45명,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수사 조직은 약 17명 규모로, 중수청 출범 이후 관련 수사 인력은 각각 약 3배와 7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금융·공정거래 분야에 대규모 인력을 배치한 만큼 관련 기업·경제범죄 수사가 중수청의 핵심 수사 영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호동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공소청·중수청 출범 관련 세미나에서 "사람 수가 많아지면 수사 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금융·공정거래 분야를 중심으로 중수청의 기업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경제범죄에는 사기·공갈·횡령·배임 등이 포함되고, 자본시장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마약류관리법·산업기술보호법 등 관련 법 위반 사건도 수사 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공소청·경찰·공수처·법원 소속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와 공정거래법상 고발 사건, 7대 중대범죄와 직접 관련된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다.
◆ 인력·전산은 '미완성'…경찰과 관할 조정·1호 사건 시험대
대규모 조직 외형과 달리 실무 준비는 미완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수청은 총 정원 2874명의 66.1%인 1900명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본청은 정원 396명 중 250명, 서울청은 1089명 중 750명만 우선 충원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이날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등 필수 기능만 먼저 개통하고, 사건처리 등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2단계로 개통할 예정이다. 자체 유치장이 없어 인근 경찰서 유치장과 교정시설을 활용하게 된다.
경찰과의 관계 설정도 숙제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마약 등을 포함한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하지만 경찰 역시 범죄수사권을 갖고 있다.
일반범죄와 중대범죄가 함께 얽힌 사건에서 관할이 충돌할 경우 사건을 둘러싼 기관 간 경쟁이나 이른바 '사건 핑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는 피해액 5억원을 기준으로 수사 주체가 나뉜다. 피해액이 5억원 미만이면 원칙적으로 경찰이, 5억원 이상인 대형 사건은 중수청이 맡는다. 다만 5억원 미만 사건이라고 해서 중수청에 고소·고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수청이 해당 사건을 접수하면 사건의 성격과 규모, 다른 중대범죄와의 연관성 등을 검토해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넘길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경찰과 중수청의 관할이 맞물리는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지가 새 형사사법체계 안착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수사하던 중 중수청 관할 범죄가 발견돼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런 경우 어느 기관이 수사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관 간에 사건을 가져가겠다고 다투거나, 반대로 서로 떠넘기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중수청의 '1호 사건'이다. 대통령실에서는 12·3 비상계엄 관련 잔여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본부 구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종합특검이 수사를 마치며 경찰에 넘긴 미처리 사건 46건을 중수청으로 옮기거나 중수청 중심의 수사체계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경찰은 아직 특수본 구성이나 중수청과의 합동수사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내란 관련 사건이 첫 대형 수사가 될 경우 중수청은 출범 직후부터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 경찰과의 역할 분담을 동시에 시험받게 된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이 출범 초기 조직의 위상을 세우고 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적 부담이 큰 사건보다 부패·금융·공정거래 등 화이트칼라 범죄나 대형 기업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 변호사는 "중수청의 첫 압수수색은 어디일지, 누가 제일 먼저 구속될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며 "부담이 큰 정치적 사건보다 경제 범죄, 기업 범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