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국채금리가 8일(현지시간)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하락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장 초반 압박을 받았지만, 장기 국채 입찰에서 투자 수요가 유지되면서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존 국채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달러화가 소폭 약세를 보였다. 다만 프랑스의 재정 불안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유로화의 반등 폭은 제한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은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반면,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에는 여전히 무게를 뒀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기준물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5bp(1bp=0.01%포인트) 하락한 5.227%를 기록했다. 전날 24년 만의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30년물 금리도 5.9bp 내린 5.602%를 나타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1.3bp 하락한 4.751%를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국채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견조한 수요가 확인되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금리가 하락했다.
◆ 30년물 입찰에 견조한 수요…장기금리 상승세 진정
이날 채권시장 반등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는 미 재무부의 3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꼽혔다.
입찰 낙찰 금리는 5.618%로 입찰 마감 시점의 예상 금리를 밑돌았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수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54배로 최근 6차례 입찰 평균인 2.41배를 웃돌았다. 외국인 투자자 등이 포함되는 간접 응찰자의 낙찰 비중도 전체 발행 물량의 72.3%로, 최근 6차례 평균인 69.1%보다 높았다.
최근 미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하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번 입찰은 높아진 금리 수준에서도 장기 국채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이 해트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점은 아마 5.30% 수준이었을 것이며, 어쩌면 그보다 낮았을 수도 있다"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비관론도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 차례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 월러 "추가 인상 필요"…시장은 12월 인상에 무게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을 둘러싸고는 추가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과 신중론이 함께 나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까지 낮추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인상 속도에는 유연성이 있다며 10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앞서 공개된 연준의 최근 회의 의사록에서도 정책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경제 전망의 가장 큰 위험으로 평가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의사록에 새로운 정책 방향을 시사하는 내용은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반영하는 10월 회의의 25bp 이상 금리 인상 확률은 17.2%로, 일주일 전 24.4%보다 낮아졌다. 반면 12월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81.2%로 반영됐다.
골드만삭스는 월러 이사의 발언 이후에도 12월에 25bp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이 이전보다 매파적인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평가하면서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낮췄다.
앨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동시장 지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00건 감소한 19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로이터가 조사한 경제학자들의 예상치인 20만건을 밑돌았다.
이날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는 47.1bp로 축소됐다. 전날 51.4bp에서 줄어든 것으로, 장중에는 54.2bp까지 벌어져 8월 중순 이후 가장 가파른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월러 이사의 발언 이후 장중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빠르게 반등하면서 수익률 곡선은 평탄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 프랑스 재정 불안에 유럽 국채금리 상승…유로화 장중 저점서 반등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한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프랑스 등 재정 부담이 큰 국가의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4.9685%까지 상승했다가 2.7bp 오른 4.8873%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프랑스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 2027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을 주시하면서 국채 매도 압력이 이어졌다.
스페인에서는 노동조합들이 주거 문제를 둘러싼 전국 총파업을 11월 11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조기 총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도 유럽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부각됐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 당국자들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기존 전망을 웃돌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기저 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단기 금리 인상 기대를 낮추는 데 무게를 뒀다.
독일 국채와 프랑스·이탈리아 등 재정 부담이 큰 국가의 국채 간 금리 차 확대는 유로화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로화는 앞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달러화는 유럽 국채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8% 하락한 102.17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2.46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다.
유로화는 장중 1.1171달러까지 하락한 뒤 0.08% 오른 1.1204달러로 반등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재정 부담이 큰 국가의 국채금리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유로화도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0.07% 오른 1.3219달러를 기록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가 각국 정부에 공공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상승했다. 베일리 총재는 높은 차입 수준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 세계 채권시장이 부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화는 엔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0.12% 내린 157.88엔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소비재로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가격 인상 빈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심코프의 크리스토프 쇤 멀티자산 투자 의사결정 리서치 책임자는 최근 외환시장이 달러화와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좌우돼 왔지만, 이제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유로화의 별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금리 차이나 통화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화 위기라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 짧게 나타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