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8만400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아시아 증시가 반등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다만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미국의 물가 지표가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터의 보안 위협에 대비하려는 움직임과 전통 금융기관의 시장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양자내성 보안 체계 구축을 촉구했고, 영국계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아랍에미리트(UAE)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직접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 시간 오후 6시 50분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0.39% 하락한 8만32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데스크 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지캐시(ZEC)가 7% 가까이 급등한 약 1270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현재는 1235달러로 다소 밀렸다. 이더리움(ETH)은 2500달러선을 넘어섰다가 현재는 249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 연준 긴축 우려 완화…8만5000달러 재돌파 주목
이날 암호화폐 시장의 반등을 이끈 것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된 점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인 13일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지만, 2027년에는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이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낙폭을 줄였고, 14일 아시아 거래에서 S&P500지수 선물은 0.2% 상승했다. 지수는 지난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끊고 강하게 반등했다. 앞서 반도체주 급락으로 이번 주 초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관련 주식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포지션이 잇따라 청산된 바 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도 0.7% 상승했다. 이 지수는 앞서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8월 이후 가장 낮은 종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오늘 발표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실적에 이어 대만 TSMC의 15일 실적 발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주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은 여전히 부담이다. 중동 지역에서 공격이 다시 격화하면서 페르시아만을 통한 에너지 수송 정상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는 0.15% 상승한 배럴당 약 106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원유 가격도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시장의 다음 관심은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물가 상승세가 연준의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만큼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비트코인이 8만5000달러선을 다시 시험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 지갑 뚫을 수도"…코인베이스의 경고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는 가운데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터의 발전이 가져올 보안 위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스닥 상장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는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미래의 양자컴퓨터 공격에 대비해 보안 체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을 포함한 고객들을 대신해 전체 비트코인의 약 5%를 보관하고 있는 코인베이스는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현재의 암호화 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비트코인 거래는 개인키와 공개키를 이용한 디지털 서명 방식으로 보호된다.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전송할 때 개인키로 디지털 서명을 생성하면 네트워크가 이를 공개키와 대조해 거래를 승인하는 구조다.
현재 비트코인은 ECDSA와 슈노르(Schnorr)라는 두 가지 디지털 서명 방식을 사용한다. 기존 컴퓨터로는 공개키나 디지털 서명에서 개인키를 역으로 알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높은 수준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연산 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구글 연구진은 이러한 능력을 갖춘 양자컴퓨터가 이르면 2029년까지 등장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른바 '암호학적으로 유의미한 양자컴퓨터(CRQC)'가 현실화하면 공개키를 이용해 개인키를 알아내고 비트코인을 탈취하는 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인베이스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양자내성암호(PQ·Post-Quantum Cryptography) 도입을 제안했다.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서명 방식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보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존 비트코인과 신규 비트코인을 모두 보호하면서 제한된 블록체인 데이터 공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일반 컴퓨터로도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형 거래소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도 쉽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하며, 오랫동안 이동하지 않은 비트코인의 처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 스탠다드차타드, UAE 부유층에 비트코인 직접 거래 서비스
한편 전통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TAN)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전문투자자로 분류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국제 은행이 UAE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며, 자사 역시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고액자산가 고객에게 암호화폐 직접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비스의 특징은 고객들이 기존 은행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자체 생태계 안에서 암호화폐의 수탁과 결제를 관리하는 '폐쇄형 순환 모델(closed-loop model)'을 적용해 고객들이 별도의 암호화폐 지갑이나 외부 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서비스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자산관리·소매금융 사업부와 기업·투자금융 사업부가 협력해 제공하며, 은행의 벤처투자 부문인 SC벤처스가 지원하는 조디아마켓츠(Zodia Markets)를 통해 운영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VARA)으로부터 관련 라이선스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해 7월 영국 법인을 통해 기관투자자 대상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 9월 3일에는 이를 UAE로 확대했다.
은행은 이미 자격을 갖춘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와 구조화 상품, 장외파생상품 투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번에 도입한 암호화폐 직접 거래 서비스를 다른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단기 가격 변동과 함께 양자컴퓨터에 대비한 보안 체계 구축, 전통 금융기관의 시장 진출 확대 등 장기적인 구조 변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