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달아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기업의 현금 창출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아와 LG, 현대글로비스, GS 등 잉여현금흐름(FCF)이 높은 기업의 자본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확보한 현금을 주주환원 등에 활용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 평가에서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약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하고, 2025~2027년 누적 FCF 기준 주주환원 비율을 기존 '50% 이하'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삼성전자도 지난 21일 올해 잔여 주주환원 재원을 약 90조~110조원으로 예상하고 3분기에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사용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뿐 아니라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FCF가 현재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기아가 13.7%로 삼성전자(13.5%), SK하이닉스(13.2%)보다 높다. LG는 9.8%, 현대글로비스는 9.3%, GS는 8.2%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비교 기업의 중간값인 7.2%를 모두 웃돈다. 올해 예상 ROE는 기아 13.3%, LG 4.7%, 현대글로비스 15.2%, GS 14.6%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는 주주환원을 통한 재무레버리지 비율 상승을 선호한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막대한 잉여현금을 활용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재무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올해 ROE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아, LG, 현대글로비스, GS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들 기업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아는 2026~2028년 총주주환원율(TSR)을 35%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 사업연도 보통주 주당배당금(DPS)은 6800원으로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34.9%였다.
LG는 2022~2024년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취득한 보통주 605만9161주를 올해까지 전량 소각했다.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 기준 최소 배당성향도 기존 50%에서 60%로 높였다.
현대글로비스는 2025~2027년 일회성 비경상 손익을 제외한 연결 지배주주순이익의 25% 이상을 배당하고, DPS를 전년 대비 최소 5%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2030년까지 물류와 해운, 신사업 등에 9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GS는 2025~2027년 최근 3개년 조정 별도 당기순이익 평균의 40% 이상을 배당하고 보통주 최소 DPS 2000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을 보면 이들 기업은 모두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28일~8월21일) GS 주가는 8만7500원에서 11만6200원으로 3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LG는 15.7%, 기아는 7.5%, 현대글로비스는 3.1% 각각 올랐다.
◆ 배당·자사주 소각 확산…기업가치 재평가 기대
주주환원 강화 움직임은 다른 기업에서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배당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배당수입 증가로 연결되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SK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 30조원을 배당할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올해 배당수입이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포함한 관계사 배당수입은 약 2조원으로 예상했다. 삼성물산은 오는 2028년까지 관계사 배당수입의 60~70%를 재배당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가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재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는 기업도 있다. 세아홀딩스는 지난 4월 7만1000주에 이어 이달 18만7000주의 자사주를 추가 소각했다. 당초 3년에 걸쳐 진행하기로 했던 자사주 소각 계획의 83%를 첫해에 집행한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의 자본 효율성과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이익 증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재무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ROE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기업의 주가 성과가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확대가 국내 기업의 저평가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은 높은 ROE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기업의 리레이팅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