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배당정책과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유입될 배당수익과 향후 지분 매각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이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삼성생명의 주주환원·밸류업 계획은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 삼성전자 수혜는 커지는데…배분 원칙은 '안갯속'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정규장에서 2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통주 시가총액은 약 1500조원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8.51% 지분가치는 약 13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90조~110조원 규모의 올해 주주환원 방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3분기 중 30조원을 현금배당하고 나머지 60조~80조원의 집행 방식은 내년 1월 결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현금배당으로 삼성생명의 이익 확대 기대도 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생명의 4분기 배당수익이 평분기보다 2조872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연결 지배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대비 2026년 56%, 2027년 211% 각각 높였다.
하지만 배당 추정치는 그대로 뒀다. 삼성생명이 특별이익을 어떤 원칙으로 주주에게 환원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0조원을 현금배당하면 삼성생명이 세후 약 6300억원을 받고,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삼성생명의 지분 처분에 따른 세후 이익이 약 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면서 "삼성생명의 수혜는 계산이 쉽지만 주주의 수혜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요구도 같은 지점에 쏠려 있다. 지난 13일 삼성생명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전년부터 동일한 요구를 많이 해왔고 준비할 시간도 많았다"며 올해 안에라도 특별이익의 '배분 원칙'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생명은 장기 주주환원율 50%와 주당배당금(DPS)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목표 달성 시점이나 특별이익의 구체적인 배분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명확한 시점과 숫자를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삼성전자 특별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 매각이익 등 일회성 이익을 배당가능이익에 포함한다는 원칙은 재차 확인했다.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가 삼성전자 주주환원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51%, 1.49%로 합산 약 10%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두 회사의 지분율이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10% 한도를 넘게 돼 추가 지분 매각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24일 논평에서 "삼성생명 이슈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와 형태를 제약한다고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 148만건 유배당 계약…관건은 11.2조 결손 해소
삼성생명의 주주환원·밸류업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의 발생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배당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내놓기 어려운 이유로 들었다. 이 CFO는 당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의 발생 시점과 규모 변동성이 커 배당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유배당 계약자 몫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삼성생명은 지난 3월 금산법상 지분 한도를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 624만주를 약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이번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까지 나오면서 향후 추가 자사주 소각과 삼성생명의 지분 매각 가능성도 커졌다.
유배당 논란의 출발점은 삼성전자 지분의 형성 과정에 있다. 삼성생명은 과거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를 주요 재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다. 이에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이 발생하면 통상 약 30%가 유배당 계약에 귀속되는 구조다.
다만 이 돈이 곧바로 계약자에게 배당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정에서 발생한 손실과 누적 결손을 먼저 메운 뒤 남는 이익이 있어야 계약자 배당 재원이 생긴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유배당 계약은 148만건이다. 회사 측은 과거 고금리 시절 판매한 상품의 평균 보장수익률이 약 7%인 반면 지난해 자산운용수익률은 4% 수준에 그쳐 약 3%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40년간 계약자에게 3조9000억원을 배당했지만 같은 기간 유배당 계정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주 몫의 이익잉여금에서 11조3000억원을 투입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계약자 귀속 이익이 발생해도 기존 누적 결손을 넘어서는 규모가 되기 전까지 실제 배당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1조원 넘는 차익이 발생했을 때도 유배당 계정 손실을 우선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약자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3월 지분 매각 때도 같은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결정하면서 유배당 계정의 누적 결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여지도 이전보다 커졌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방식이 삼성생명에 미치는 영향과 그 판단 근거를 보다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배당과 보통주 매입·소각은 삼성생명 및 지배주주의 경제적 이해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잠재적 이해상충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사회는 독립이사 중심으로 각 환원 방식의 영향을 검토하고 그 판단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밸류업 계획은 연내 발표를 목표로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배당수익과 지분 매각이익은 모두 유배당 계약의 배당재원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유배당 계정 결손은 약 11조2000억원이며, 실제 계약자 배당 가능 여부는 향후 이익 규모와 계약 상황 등을 반영해 다시 산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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