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뉴스핌] 남정훈 기자 = 경기가 없는 날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위로는 KIA를 쫓고 아래로는 NC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두산 김원형 감독에게 다른 구장의 경기도 사실상 자신의 경기나 다름없었다.
두산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과 홈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날 경기 전 기준 두산은 64승 4무 60패, 승률 0.516으로 5위다. 4위 KIA와 3.5경기 차, 6위 NC와도 정확히 3.5경기 차다. 정규시즌 16경기를 남겨놓고 4위 추격과 5위 수성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
두산의 경기가 없었던 15일에도 순위 경쟁은 계속됐다. KIA는 SSG에 3-6으로 패했고 NC도 LG에 2-3으로 졌다. 두산 입장에서는 최상의 결과였다.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KIA와의 격차는 3.5경기로 줄였고, NC와의 격차는 3.5경기로 벌렸다.
김원형 감독도 두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김 감독은 "집에서 할 일 없으면 봐야죠"라고 말한 뒤 "두 경기를 거의 다 봤다. 채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봤다. '이 타이밍에는 저게 더 재미있겠다' 싶어서 돌려보기도 했다"라며 "진짜 내가 경기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두산이 놓인 상황은 여유가 없다. 9월 들어서만 LG에 3연패를 당했고 SSG와의 3연전에서도 1승 2패에 그쳤다. 8일에는 한화, 9일에는 SSG에 연달아 패하면서 한때 5위 자리를 위협받았다. 최근 10경기 성적도 3승 7패다. 지난 13일 NC를 9-2로 꺾으며 직접 추격자를 밀어낸 것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승리였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서 두산은 전력의 핵심 세 명을 동시에 잃었다. 토종 선발진을 이끌던 곽빈과 최민석, 내야의 핵심으로 성장한 박준순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특히 곽빈과 최민석이 동시에 빠진 선발진의 손실이 크다. 두산은 웨스 벤자민과 잭로그라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토종 선발 두 자리를 한꺼번에 메워야 한다. 최승용과 박신지가 선발진을 지키고, 김동주를 롱릴리프로 올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이유다.
김 감독도 "아시안게임 기간을 앞두고 미리 승수를 충분히 쌓아서 아래보다 위만 바라보고 일정을 치르고 싶었지만, 지금은 위아래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두산에 더 부담스러운 것은 남은 일정이다. 16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만난 뒤 18일 키움을 상대한다. 이후부터 순위 싸움의 향방을 직접 결정할 경기가 줄줄이 기다린다. 19~20일에는 수원에서 선두 KT와 2연전을 치르고, 22일 키움전을 거쳐 23일에는 잠실에서 바로 위에 있는 KIA와 맞붙는다. 25일 롯데전 이후 27일에는 다시 KT를 만난다.
특히 마지막에는 더 큰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29~30일 잠실에서 현재 두산을 추격하고 있는 NC와 2연전을 치른다. 16일부터 30일까지 확정된 10경기 가운데 KT가 세 차례, KIA가 한 차례, NC가 두 차례다. 경쟁 팀과의 직접 대결만 3경기다.
이는 두산에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KT전에서 승리를 챙기면 상위권 팀을 잡으며 5위 수성에 필요한 승수를 확보할 수 있고, 23일 KIA전은 4위와의 격차를 직접 줄일 수 있다. 반대로 NC와의 시즌 마지막 2연전은 경우에 따라 5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중요한 구간을 완전체가 아닌 상태로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곽빈과 최민석이 없는 동안 선발진이 버텨야 하고, 박준순의 공백까지 메워야 한다. 최근 10경기 3승 7패로 흐름까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의 공백도 가볍지 않다.
그래서 김 감독은 다른 팀의 결과보다 결국 자신의 경기를 강조했다. 그는 "어제(15일) 경기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일단 우리가 잘해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15일에는 KIA와 NC가 동시에 패하면서 두산이 웃었다. 하지만 경쟁 팀이 매번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4위와도 3.5경기, 6위와도 3.5경기. 위를 쫓기에도, 아래를 안심하기에도 애매한 위치다.
결국 두산의 운명은 직접 결정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KT·KIA·NC와 이어지는 여섯 차례 맞대결은 다른 구장 결과를 지켜볼 필요조차 없는 승부다. 김 감독의 말처럼 지금 두산에 가장 확실한 5강 생존법은 단순하다. 남의 경기를 계산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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