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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메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 열풍 현상은 종전까지 누가 더 높은 성능의 모델을 내놓느냐를 두고 벌어지던 AI 경쟁 국면의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최고 성능의 모델이 아니라고 해도 편하게 쓰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하면 빠른 이용자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AI 경쟁의 초점이 성능에서 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모델 성능이 일상 업무를 처리할 만한 수준에 이르면 이용자가 모델 간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워진다는 판단에서다. 뮤즈는 전망이 현실이 되는 시점을 앞당긴 사례로 거론된다. 모델 성능을 앞세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오픈AI와 앤스로픽에는 성능 밖 경쟁력 입증이 과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구나 쓰는 에이전트"
뮤즈는 메타의 AI 모델 '뮤즈스파크1.3'을 탑재해 이용자의 이메일과 일정, 결제, 쇼핑 계정에서 일을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활용에 필요한 전문 지식 없이도 문자로 대화하듯 항공권 예약이나 구독 해지를 지시하면 뮤즈가 웹사이트에 들어가 양식을 채우고 결과를 보고한다. 이달 8일 미국에 출시됐고 메신저 왓츠앱에서도 쓸 수 있다. 기본 기능은 무료다(유료 요금제 월 20달러·100달러, 사용량별 차등).
비슷한 기능의 에이전트는 뮤즈 출시 전에도 있었다. 올해 초 개발자 사이에서 화제가 된 오픈소스 에이전트 오픈클로는 이용자 대신 웹을 탐색하고 업무를 처리했지만 이용자가 자기 컴퓨터에 직접 설치하고 설정해야 해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뮤즈는 비슷한 기능을 일반인이 별도 지식 없이 쓸 수 있게 만든 서비스로 평가된다.
대화만으로 일을 맡길 수 있는 사용 방식은 일반 이용자의 빠른 유입으로 이어졌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뮤즈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출시 6일 만에 90만건을 넘겼고 21일에는 250만건을 웃돌았다.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18일 무료 앱 1위에 올랐고 21일 기준 구글플레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초기 이용자들은 자동차보험을 연 3500달러 저렴한 상품으로 교체하거나 항공권을 취소하고 전액 환불받은 사례를 공개했다.
주식시장도 모델 성능보다 서비스 흥행에 반응했다. 메타 주가는 21일 11% 오른 741.25달러(22일 736.6달러)에 마감해 작년 4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일 거래량은 평소의 수배인 약 4800만주에 달했다. 메타의 주가는 올해 대부분 기간 부진했으나 뮤즈 출시 이후 약 20% 올랐다. 웰스파고가 메타 목표가를 640달러에서 796달러로 상향하는 등 월가에서는 메타가 AI 설비투자를 광고 밖 부문에서도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일상 활용엔 충분한 성능"
경쟁의 초점이 성능에서 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은 기술 제품 시장에서 반복돼 온 경쟁 방식의 변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품 성능이 고객의 요구에 못 미치는 단계에서는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성능이 충분해지면 고객은 편의성과 속도, 자신에게 맞춘 기능을 따지기 시작한다. 경영학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이 정리한 산업 발전 이론의 골자다.
기술전략 분석 매체 스트래테커리의 벤 톰슨 창립자는 AI 산업이 성능이 충분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톰슨 창립자는 21일 게재한 글에서 뮤즈를 자신이 써본 개인 에이전트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쓰기 쉬운 제품으로 꼽으면서도 뮤즈에 탑재된 모델 뮤즈스파크1.3에 대해 최고 성능은 아니라는 점(21일 아티피셜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지수 기준 45점, 공동 1위 앤스로픽 페이블5.1·오픈AI GPT-6 아스트라는 53점)을 언급했다. 최고 성능을 갖춘 것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톰슨 창립자의 판단이다.
기업 고객 역시 최고 성능의 모델만을 고집하지 않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용 AI 서비스 코파일럿 코워크는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중심으로 출시됐으나 현재는 이용자가 여러 회사의 모델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쓸 수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는 단순 업무를 저렴한 중국산 모델에 맡기고 앤스로픽의 최상위 모델 페이블은 가장 어려운 작업에만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업무에는 최상위 모델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은 뮤즈 출시를 계기로 소비자 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번스타인은 음식 주문과 호텔 예약 같은 일상 소비자 업무에서 모델 간 성능 차이가 가장 먼저 의미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약 개발 같은 첨단 과학 분야에서는 최상위 모델의 높은 가격이 오래 유지될 것으로 봤다. 뮤즈가 처리하는 예약과 구매, 해지 역시 번스타인이 꼽은 일상 업무에 해당한다.
◆"승부처는 편의성과 신뢰도"
모델 성능이 충분해진 국면에서는 서비스의 편의성과 신뢰가 기업 간 우열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전트가 일을 대신 처리하려면 이메일과 결제 계정을 연결하고 권한을 설정해야 하는데 기존 에이전트는 과정이 복잡해 개발자와 기술 애호가 중심으로 쓰였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곤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에이전트 활용 사례는 대부분 일반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폭넓게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뢰는 편의성을 높일수록 더 크게 요구되는 조건이다. 에이전트는 연결된 계정이 많을수록 대신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대신 이용자의 이메일과 금융 계좌, 구매 내역, 연락처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악시오스는 에이전트가 유용해질수록 이용자 삶의 더 많은 부분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 웹페이지에 숨긴 명령이 에이전트를 속여 이용자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해킹 위험도 거론된다.
기업 시장에서는 성능보다 결과의 신뢰도가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조너선 커티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저렴한 모델이 재시도와 추가 검증, 사람의 감독을 거쳐야 한다면 한 번에 일을 끝내는 비싼 모델보다 총비용이 클 수 있다고 짚었다. 사내 보안·승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도 실제 업무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결국에는 편하고 믿을 만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먼저 갖춘 기업이 이용자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따른다. 개인 에이전트는 이메일과 결제 계정을 연결하고 이용자의 일정과 취향, 과거 요청 내역을 기억하면서 쓸수록 쓰임새가 커진다. 다른 서비스로 옮기려면 연결과 설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톰슨 창립자는 결과물이 외부 저장소에 보관되는 코딩 에이전트와 달리 개인 에이전트는 이용자 이탈이 훨씬 적을 것으로 봤다.
◆"오픈AI·앤스로픽은 부담"
당장 편의성에서는 메타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 메타 앱을 매일 쓰는 이용자는 36억명에 이르고 뮤즈는 이용자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여는 왓츠앱 대화창에서 바로 쓸 수 있다.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뮤즈 이용자 가운데 페이스북 이용자 비중은 95%를 넘었고 인스타그램 이용자 비중은 63%로 추정됐다. 메타의 소셜미디어와 메신저가 에이전트 이용자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이용자가 매일 여는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보유하지 않아 에이전트를 쓰게 하려면 이용자가 별도 앱을 내려받고 계정을 연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 고객과 개발자 중심으로 성장해 온 앤스로픽은 일반 소비자 접점이 더 좁다. 톰슨 창립자는 두 회사가 성능 우위를 가진 동안 이용자가 직접 쓰는 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우위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엔비디아웨이' 저자인 태 킴 전 배런스 기술담당 선임기자는 챗GPT 이용자 10억명을 확보한 오픈AI가 올해 2월 오픈클로 개발자를 영입한 점을 들어 뮤즈와 비슷한 에이전트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봤다. 수십억개의 지메일·안드로이드 계정을 가진 구글과 25억대 넘는 기기를 보유한 애플도 일상 접점을 갖췄다. 태 킴 기자는 결국 더 뛰어난 모델을 갖춘 쪽이 이용자를 확보하고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정보를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는 메타의 약점이 부각된다. 메타는 2019년 개인정보 보호 위반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벌금 50억달러를 냈고 지난달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아동 중독을 유도했다는 소송을 여러 주 정부와 최대 180억달러에 합의했다. 악시오스는 일상을 에이전트에 맡기려면 높은 수준의 신뢰가 필요한데 메타는 오랜 기간 개인정보·안전 문제를 겪어 왔다고 지적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