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기업 실적 기대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주요국 증시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대만 등에서 AI 관련 기업의 실적 기대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외국인 매도와 대형 반도체주 수급 부담이 겹치면서 코스피의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7.49포인트(1.98%) 내린 6803.9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0.89% 하락해 7000선을 내준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외국인은 3조848억원, 기관은 7644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조143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5% 오른 2만7599.79에 마감하며 최고치를 다시 썼다. S&P500지수도 0.58% 상승한 7818.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28%로 전 거래일보다 2.3bp(1bp=0.01%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성장 기대가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
국내 증시와 주요국 증시의 회복 속도 차이도 두드러진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나스닥과 일본 닛케이, 독일 DAX 등 주요 증시는 최근 조정에서 빠르게 회복한 반면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상태다. 반도체 업종의 영향력이 큰 대만 증시도 AI·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지난 6일 4만9822.6으로 0.2%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장중에는 4만9969까지 오르며 5만선에 근접했다. 최근 급등에 따른 매물이 출회됐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AI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선호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증시가 AI 투자 축소 및 속도조절 논란, 미국 금리 상승 등 동일한 글로벌 변수에 노출돼 있음에도 코스피만 주가 회복력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라며 "지난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발 수급 왜곡 여진과 연초 이후 전 세계 1위 수익률을 기록한 데 따른 외국인 차익실현 등 국내 고유 요인이 개입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 외국인 매도에 대형 반도체 수급 부담까지
코스피의 상대적 약세를 키우는 요인으로는 외국인 매도와 지수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급 부담이 꼽힌다. 미국과 대만에서는 AI 투자 확대와 기업 실적 전망 상향이 증시 상승으로 연결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도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는 이달 들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에서 1조7576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에는 3조848억원을 팔아치웠다. 이틀간 순매도 규모만 약 4조8000억원이다.
대형 반도체주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29% 하락한 26만8500원, SK하이닉스는 2.82% 내린 17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45%, 3.69%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해 온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점도 수급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8월 발표한 15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의 예정 주수 기준 취득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40조원 규모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6일 기준 금액 기준 진행률은 각각 97%, 83%로, 합산 5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매물을 받아온 기타법인의 매수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 상승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상승에도 MSCI 한국 ETF와 코스피 야간선물이 하락했다는 점은 국내 반도체 개별 수급 부담을 반영하는 신호"라며 "미 국채금리 안정과 달러 약세는 긍정적이나 국내 증시의 동반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수급 부담이 잔존한다"고 설명했다.
◆ 美·대만은 AI 실적 기대…국내도 실적 확인 관건
미국과 대만 증시의 상승 배경에는 AI 투자가 실제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AI 관련 설비투자(CAPEX)의 지속적인 상향 조정이 미국 경제와 기업 이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테마가 S&P500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을 이끌고 있으며 견조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이 미국 증시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역시 AI 반도체와 부품 공급망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증권가는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AI 투자에 힘입은 기업 이익 전망치가 계속 상향되는 한 증시는 펀더멘털을 반영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을 시작으로 반도체 업황 개선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향후 코스피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진정되는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 종료가 곧바로 추가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기존 기관투자자의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되면서 오히려 향후 추가 매도 부담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 기간 보유 물량을 줄였다는 점에서 대형 반도체주 수급 부담 완화 가능성에 주목한다"며 "이익의 지속성과 예상을 웃도는 주주환원이 확인된다면 기존 매도 물량을 소화한 반도체 대형주는 수급 부담을 덜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