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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지형이 바뀐다 ① AI 지출 회의론에 반도체·하드웨어주 약세>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 사이버보안·소프트웨어주 동반 랠리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사이버보안주는 취약점 공개 직전인 20일 장 후반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보안 당국의 경고가 나온 21일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앰플리파이 사이버보안 ETF(HACK)'는 3.2%,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보안 ETF(CIBR)'는 2.7% 올랐고, 팔로알토 네트웍스(7%), 크라우드스트라이크(5.2%), 지스케일러(ZS·7.8%) 등 개별 종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클라우드플레어와 테너블(TENB), 엣지 컴퓨팅 전문 기업 패스틀리(FSLY)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기술주와 증시 전반이 크게 출렁인 한 주였지만 보안·소프트웨어 업종은 꿋꿋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팔로알토 네트웍스에 더해 서비스나우(NOW)와 워크데이(WDAY)도 지난주 각각 9.36%, 7.58% 올랐다. ETF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아이셰어즈 확장 기술-소프트웨어 섹터 ETF'는 6%,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보안 ETF'는 7% 상승한 반면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는 3% 하락했다.
이번 반등은 연초 시장을 짓눌렀던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즉 AI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산업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공포가 지나쳤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주는 AI가 대형 소프트웨어를 쓸모없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연초 하락했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오히려 AI 덕분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데이터 유출과 통제를 벗어난 AI 에이전트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이버보안 기업은 그 대표 주자다.
◆ 월가 "AI 시대, 보안 지출은 줄일 수 없는 비용"
월가는 사이버보안을 AI 시대의 구조적 수혜 업종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의 브라이언 에섹스 애널리스트는 앞서 9월 15일 보고서에서 AI가 향후 3년간 4300억 달러가 넘는 추가 보안 지출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공격 표면이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며 "차세대 보안 지출은 필수적이고 줄일 수 없는 성격의 지출"이라고 강조했다. 보안 예산이 전체 IT 지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AI 투자 붐이 곧 AI 시스템 보호를 위한 대규모 추가 지출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에섹스는 수혜주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 네트웍스, 옥타(OKTA), 지스케일러, 바로니스 시스템즈(VRNS) 다섯 곳을 꼽았다. 업계 최대 규모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팔로알토는 폭넓은 플랫폼이 강점이다. 옥타는 AI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신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 따른 수혜가, 클라우드 기반 방화벽을 제공하는 지스케일러도 동반 수혜가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바로니스는 외부에 노출된 민감 정보를 찾아내 조치하는 데이터 보안 전문 기업으로, AI 에이전트에 기업 데이터 접근 권한이 확대될수록 가치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에섹스는 "AI 인프라의 물리적 구축은 곧바로 인라인 검사와 데이터 보호 수요로 이어진다"며 4분기 영업 파이프라인이 실제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효과가 가시화되고 2027년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간스탠리의 메타 마셜 역시 지난 10월 22일 고객 보고서에서 "2027년 국면은 까다롭지만 이 업종에서 전술적 매수 기회가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팔로알토 네트웍스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과 목표주가 410달러를 제시하며 "진화하는 위협 환경에 대응하고 파편화된 보안 시장을 통합하기에 유리한 혁신적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포티넷(FTNT)과 퀄리스(QLYS)에는 전술적으로 더 긍정적 의견을 냈고, 테너블에는 중립, 체크포인트(CHKP)와 래피드7(RPD)에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프리덤캐피털마켓의 폴 믹스 기술 리서치 책임자도 CNBC 인터뷰에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AI 발전의 "명백한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같은 사이버보안주라도 '옥석 가리기' 필요
다만 사이버보안주라고 모두 같은 투자처는 아니다. AI 안전·보안 논쟁이 업종 전반의 관심을 되살리면서 올해 이미 상당수 종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패스틀리는 2026년 들어 143% 상승했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120%,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110% 뛰었다. 대체로 고평가 상태에서 거래되는 업종 특성상 변동성이 크고 경기를 타는 경향도 강하다.
CNBC 집계에 따르면 월가가 여전히 상승 여력을 보는 대표적인 사이버보안 종목은 클라우드플레어와 팔로알토 네트웍스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애널리스트 35명 중 24명(68.57%)이 '매수' 이상 의견을 냈고, 평균 목표주가 341.08달러는 23일 종가 325.73달러 대비 4.71%의 상승 여력을 가리킨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56명 중 43명(76.79%)이 '매수' 이상을 권했으며, 평균 목표주가 400.15달러는 23일 종가 380.55달러보다 5.15% 높다. 월가 최고 목표주가는 525달러에 이른다.
반면 이미 상승분 대부분을 반영한 종목도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애널리스트 55명 중 40명(72.73%)이 '매수'를 권했지만 평균 목표주가 245.44달러는 현재 주가보다 4.71% 낮다. 지스케일러 역시 50명 중 39명(78%)이 '매수' 의견을 냈으나 평균 목표주가 235.56달러는 현 주가를 7.68% 밑돈다. 패스틀리는 '매수'와 '보유' 의견이 엇비슷하게 갈렸지만, 평균 목표주가 28.55달러가 23일 종가 24.41달러 대비 16.96%의 상승 여력을 시사한다. 테너블은 애널리스트 23명 중 14명이 '보유' 의견을 냈고, 평균 목표주가 36.29달러는 오히려 18.61%의 하락 가능성을 가리킨다.
AI 투자 지도는 '얼마나 많이 짓느냐'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쓰느냐'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다만 사이버보안 업종 안에서도 밸류에이션과 사업 영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에게는 흐름에 올라타기보다 종목별 상승 여력을 꼼꼼히 따지는 선별적 접근이 요구된다.
kimhyun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