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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막대한 자금 부담과 수익성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반도체주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와 AMD,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브로드컴 등 주요 반도체주가 하락하고 있으며, 마벨테크놀로지는 인수·합병(M&A) 추진 소식에 두 자릿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에 힘입어 반등했던 반도체주가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반도체주는 AI 기업 앤스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과 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 힘입어 반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26일 2.82%, 27일 3.60%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알파벳의 대규모 현금 유출이 확인되면서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날 발표된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실적에서 AI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이 엇갈리면서 대형 기술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반도체 업황에 미칠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엔비디아 하락…알파벳 AI 투자 부담에 반도체주 약세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는 개장 전 거래에서 약 0.5~1% 하락하고 있다. 알파벳의 대규모 AI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된 영향이다.
알파벳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9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연간 자본적지출(CAPEX) 전망치를 1950억~2050억달러로 유지했다.
알파벳의 핵심 검색 광고 매출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알파벳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10% 넘게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대형 기술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실제 매출과 이익이 투자 비용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향후 반도체주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 AMD 2~3% 하락…AI 가속기 수익성 우려
미국 반도체 기업 AMD(AMD)는 개장 전 거래에서 2~3% 하락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주요 반도체주와 함께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AMD는 AI 가속기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을 확대하며 엔비디아와 경쟁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높은 차입 비용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전날 발표한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핵심 사업인 애저(Azure)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하면서 AI 인프라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본적지출이 시장 예상보다 적었던 점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일부 데이터센터 설비 공급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마이크론 3~4% 하락…SK하이닉스 호실적 효과 하루 만에 반전
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는 개장 전 거래에서 3~4% 하락하고 있다. 전날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상승했지만, 이날은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매도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마이크론은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전날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마이크론은 28일 개장 전 거래에서 3.6%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은 알파벳의 실적 충격에 더해 삼성전자의 분기 순이익이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소식도 메모리 반도체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 마벨 두 자릿수 급락…루멘텀 인수 자금 부담 우려
미국 반도체업체 마벨테크놀로지(MRVL)는 개장 전 거래에서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광학장비 제조업체 루멘텀홀딩스(LITE) 인수를 위한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보도가 나온 영향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마벨이 루멘텀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 거래가 발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인수 대상인 루멘텀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마벨은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맞춤형 반도체와 고속 네트워크 연결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루멘텀은 데이터센터와 통신망에 사용되는 광학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마벨은 AI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가격과 자금 조달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마벨의 최근 분기 현금성 자산이 약 39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인수가 성사되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수 이후 사업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도 지적했다.
◆ 브로드컴 3% 안팎 하락…앤스로픽 630억달러 금융조달 주목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AVGO)은 개장 전 거래에서 약 3% 하락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맞춤형 AI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 관련주에도 매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브로드컴은 구글과 함께 자체 설계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에 협력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맞춤형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업 앤스로픽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조달 거래가 발표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이 참여하는 이번 거래는 특수목적법인(SPV)이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한 뒤 앤스로픽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 모건스탠리가 선순위 금융조달을 주선하고 블랙스톤은 후순위 금융을 제공한다. 브로드컴은 선순위 금융조달 규모에 상응하는 장비 잔존가치 지원을 제공하며, 장비 공급은 2027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거래는 대규모 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차입을 통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부각시키고 있다.
◆ 인텔 3~4% 하락…장 마감 후 실적 발표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INTC)은 개장 전 거래에서 3~4% 하락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날 장 마감 이후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반도체 제조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 설비투자 계획 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첨단 제조공정에 대한 투자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인텔의 실적 발표는 최근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와 별개로 기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투자 부담과 사업 구조 개선 상황을 가늠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 美 PCE 물가·GDP 발표…아마존 실적도 변수
이날 발표된 미국의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반도체주 흐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인 3.7%를 소폭 밑돌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3.4%로 시장 예상치인 3.1%를 상회했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75~4.00%로 동결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추가 경제지표를 확인한 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8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높은 차입 비용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장 마감 이후에는 인텔과 아마존(AMZN)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특히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와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은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수요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