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콜센터 원하청 교섭이 결국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테이블에 오른다. 3차례 대화에도 양측이 교섭의제부터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설계자로 알려진 박수근 위원장이 직접 조정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노조는 고용안정과 AI 보호책 마련, 평가제도 개선, 상생지원 등 8대 의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 측은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 마련'만 논의하겠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중노위 조정안에 따라 전반적인 금융권 원하청 교섭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 결과가 주목된다.
15일 금융권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오는 16일 '원하청 국민은행 노동쟁의 조정신청사건'과 '원하청 하나은행 노동쟁의 조정신청사건'에 대한 1차 조정회의를 각각 오전과 오후에 나눠 진행한다.
조정회의는 하청 노조와 원청 사업자 간의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중노위가 직접 나서 중재하는 제도다. 법률상 책임 여부를 결정하는 심판회의와 달리 노조와 사업자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 최대 20일(3차 회의) 내로 조정안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권 콜센터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콜센터지부)은 지난 4월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노란봉투법(노동법) 원하청 교섭권(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이후 7월부터 두 은행을 대상으로 교섭을 진행해왔다.
이후 모두 3차까지 대화가 진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중노위 중재를 받게 됐다. 은행뿐 아니라 국민카드 및 현대해상과 진행 중인 교섭 역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교섭의제 선정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고용안정 ▲AI 보호책 마련 ▲평가제도 개선 ▲감정노동자 보호 ▲직무교육 ▲상생지원 ▲차별해소 ▲개인정보 강화 등 총 8대 의제를 요구하고 있다. 내용을 세분화해 의제 자체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업무 및 노동환경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안들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각 은행은 사용자성을 인정한 지노위 결정문에 명시된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 마련'에 대해서만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섭의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구체적인 처우개선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중노위는 지난 7월 2일 금융권 콜센터 노조를 원하청 간 원활한 교섭을 위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중점지원사업장'으로 선정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봉법 시행 이후 주요 산업군에서 명확한 노사 협의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비교적 양측 입장 차이가 크지 않은 이번 사안을 적극 중재해 성공적인 사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이번 조정회의에는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노봉법 설계자로도 알려진 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중노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노동 전문가다.
지난해 말 취임 일성으로 '노봉법 현장 안착'과 '원하청 상생'을 강조한 만큼 지속적인 협의가 가능한 수준의 교섭의제 중재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동당국은 지난 7월 중점지원사업장 선정과 함께 콜센터 노조가 주장하는 주요 교섭 의제를 모두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금융사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중노위에서 교섭의제가 확정되면 노조와 은행 모두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은 가능하지만 정부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운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조정회의 결과에 따라 금융권 콜센터 원하청 교섭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청노조 관계자는 "은행 측이 교섭의제 논의에서조차 시간을 끌고 있다. 제대로 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중노위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관계 법령과 노동위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