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이정아 기자 = SK하이닉스가 내놓은 4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을 이끌며 코스피를 하루 만에 반등시켰다. 삼성전자가 이달 중 100조원대 주주환원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반도체 대형주의 주주환원 기대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확대가 반도체 대형주와 소부장 강세를 뒷받침하고 다른 주요 기업의 환원 강화가 업종별 시가총액 상위주로 매수세를 넓혀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81.41포인트(5.89%) 오른 6852.58에 마감했다. 전날 5.80% 급락한 지 하루 만의 반등이다. 코스닥지수도 16.43포인트(1.99%) 상승한 840.89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2%대 오른 169만원선에, 삼성전자는 9.49% 상승한 27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각각 9.75%, 7.82% 하락했던 두 종목이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7079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712억원, 490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하루 전 수급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전날인 19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4883억원, 기관은 1조324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매는 하루 만에 3조원대 순매도에서 1조원대 순매수로 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에 따른 금리 우려 완화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책을 이날 반등 요인으로 제시했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전날 2.1% 하락했는데도 국내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하면서 주주환원 발표가 투자심리 회복의 촉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반년 만에 73조 번 SK하이닉스…환원 기준 '50% 내'서 '50% 이상'으로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407만주를 장내에서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종가 166만2000원을 기준으로 한 취득 예정 금액은 40조43억4000만원이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하며 취득 기간은 오늘(20일)부터 올해 11월19일까지다.
취득 주식이 전량 소각되면 전체 발행주식 수는 약 3.3% 줄어든다. 당기순이익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주당순이익(EPS)은 산술적으로 약 3.4%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해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각까지 결정한 점이 주당가치 개선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범위 내'였던 주주환원 기준도 '50% 이상'으로 높였다. FCF는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유형자산 설비투자액을 뺀 금액이다. 성장투자를 집행하고 남은 현금의 절반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5조7100억원으로 올 1분기 26조43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92조원, 유형자산 취득액을 뺀 FCF는 약 7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FCF를 2025년 28조8000억원, 올해 191조6000억원, 내년 270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3년간 누적 FCF 약 491조원에 최소 환원율 50%를 적용하면 주주환원 규모는 약 245조원으로 계산된다. 이는 회사의 실적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증권사 추정치로 실제 환원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40조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2026년 FCF에 대한 환원이라기보다 향후 대규모로 예상되는 3개년 총 환원 재원의 일부를 조기에 집행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은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시상 하루 매수 한도는 취득 신고 주식의 10%인 240만7000주로, IBK투자증권은 이 물량이 최근 1개월 평균 거래량의 42% 수준이라며 수급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발표는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100조원대 주주환원안을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고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기배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4~2025년에는 정기·특별배당으로 20조9000억원을 지급하고 8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앞서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50%가 이미 집행한 주주환원과 올해 정기배당 등을 웃돌 경우 추가 환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난달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특별배당을 포함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시장에 공유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이라는 의사결정 자체가 향후 이익 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발표는 삼성전자에 대한 주주환원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삼전닉스가 끌어올린 코스피…투자 온기, 소부장으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등은 높은 시가총액 비중과 맞물려 코스피 반등으로 직결됐다. 지난 18일 기준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총 비중은 27.71%, SK하이닉스는 21.43%로 합계 49.14%에 달한다. 이 비중에 20일 두 종목의 상승률을 단순 적용하면 코스피 상승 기여도는 약 5.3%포인트로 추산된다. 이날 코스피 상승률 5.89%의 약 90%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발표가 대형 반도체주 주가를 끌어올리고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이를 지수 상승으로 증폭시킨 셈이다.
대형주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소부장으로 이어진 배경에는 반도체 설비투자 확대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생산과 투자를 주도하는 기업이다.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결정할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도 반도체 공급망 투자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당기고 서남권에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한편 충청권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시설, 영남권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혁신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생산시설 투자가 구체화하면 전공정·후공정 장비와 소재·부품 발주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소부장 주가에 반영됐다.
실제로 소부장 종목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HPSP는 5.03%, 테크윙은 4.61%, 원익IPS는 4.21% 상승했다. 유진테크와 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3.46%, 3.32% 올랐고 피에스케이홀딩스와 동진쎄미켐도 각각 2.85%, 2.37%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자금이 소부장 매출로 직접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주환원 발표가 대형주 수급과 코스피를 움직인 가운데 반도체 대기업의 현금창출력 개선과 정부·기업의 생산시설 투자 계획이 공급망 업체의 수주 확대 기대를 함께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주환원 기준의 상단이 하단으로 바뀐 것으로, 실적 가시성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자사주 취득은 펀더멘털과 비교해 하락한 주가가 반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하루 매수 한도가 최근 1개월 평균 거래량의 42% 수준이어서 수급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배당에서 소각으로…자사주 매입 병행 재계로 확산
반도체 대형주에서 확인된 주주환원 효과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와 LG 계열사, 금융지주 등 업종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면 외국인의 매수 대상도 반도체에서 다른 대형주로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025~2027년 총주주환원율(TSR)을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같은 기간 최대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연간 주당배당금(DPS)은 최소 1만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TSR은 순이익 가운데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준 금액의 비율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함께 반영해 기업이 이익을 주주와 얼마나 공유했는지를 보여준다.
LG유플러스는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최대 60%까지 높이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장부금액 기준 약 18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지난달 9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정례적인 자본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전체 주주환원 규모가 약 3조7000억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달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13.5%를 초과하는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과 연계하는 기준도 운영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지난달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취득을 결정해 올해 10월까지 예정된 취득 규모를 1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우리금융은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지난해보다 133% 많은 3500억원으로 늘렸다.
과거 현금배당에 집중됐던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EPS와 주당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끌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으로, 외국인 중심 강세장에서는 코스피 대형주의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외국인 순매수와 반도체 강세 모멘텀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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