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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미 국채 금리가 24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인공지능(AI)·반도체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마벨테크놀로지(MRVL)와 인텔(INTC)은 개장 전 거래에서 각각 2~3% 하락하고 있으며,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브로드컴(AVGO)도 2% 안팎 내리고 있다. 엔비디아(NVDA)는 1%가량 하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TSM)도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6% 급증했지만 개장 전 거래에서 약 1% 하락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 역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탄화규소(SiC) 반도체업체 울프스피드(WOLF)는 미 국방부로부터 대규모 금융 지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15% 넘게 급등하며 차별화된 흐름을 나타냈다.
◆ 마벨·AMD·인텔 동반 하락…국채금리 급등에 반도체주 매도세
마벨테크놀로지와 인텔은 개장 전 거래에서 각각 2~3% 하락하며 주요 반도체주 가운데 두드러진 약세를 보이고 있다.
AMD도 2% 가까이 내렸고,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은 3% 넘게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고평가 성장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에 힘입어 상승했던 반도체주들이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에 직면한 모습이다.
높은 국채 금리는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성장주의 현재 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도체업체들의 AI 관련 수요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장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브로드컴 2% 가까이 하락…오픈AI 반도체에 500억달러 자금 조달 추진
브로드컴은 개장 전 거래에서 2%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관련해 5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오픈AI의 맞춤형 AI 칩 개발과 관련한 대규모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등 대형 투자회사들이 자금 제공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라클(ORCL) 역시 AI 반도체 구매를 위한 별도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도 엔비디아 AI 칩 확보를 위해 약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신호지만,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 확보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대규모 AI 투자의 금융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 엔비디아 1% 하락…AI 칩 수요 호재에도 고금리 부담
엔비디아는 개장 전 거래에서 1% 안팎 하락하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왔지만 이날은 국제유가와 미 국채 금리의 동반 상승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대규모 신규 자금 조달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AI 칩 구매를 위해 약 40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AI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AI 투자 확대가 장기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높은 금리 환경에서 투자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TSMC 매출 55% 급증에도 주가 하락…마이크론도 약세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는 개장 전 거래에서 약 1% 하락하고 있다.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6% 증가하며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TSMC의 9월 매출은 5119억대만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 전체 매출도 약 1조4900억대만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1조4600억대만달러를 웃돌았다.
AI 가속기와 첨단 반도체 수요 확대가 실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와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거시경제적 부담이 호실적의 긍정적인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개장 전 거래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메모리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개선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한국 증시에서 1.3% 하락 마감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높아진 실적 기대와 금리 상승 부담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 울프스피드 15% 넘게 급등…美 국방부서 15억달러 금융 지원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울프스피드는 개장 전 거래에서 15% 넘게 급등했다.
미 국방부로부터 1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약정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번 약정은 30년 만기의 장기 금융 지원으로, 자금은 미국 내 탄화규소 소재와 전력반도체 생산 확대에 사용될 예정이다.
제안된 조건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울프스피드 지분을 최대 7.5%까지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받게 된다.
탄화규소는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위성 등 고전압·고효율 전력 관리가 필요한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소재다.
이번 금융 지원은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와 공급망 안정에 중요한 전략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브렌트유 105달러·美 10년물 5.34%…반도체 밸류에이션 압박
이날 반도체주를 압박하는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와 미 국채 금리의 동반 상승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4.8% 급등해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섰다. 걸프 해역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이 중동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미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34% 안팎까지 상승하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30년물 수익률도 5.70%를 웃돌며 약 24년 만의 최고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월러 이사는 금리 인상 속도에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언급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준이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대체로 예상하고 있지만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고금리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되는 AI·반도체주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예캐피털마켓의 나임 아슬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높은 자금 조달 비용과 국채 금리라는 부담, 견조한 기업 실적과 AI 관련 자본지출이라는 긍정적 요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주부터 본격화하는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반도체주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3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과 에너지 업종이 가장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날 반도체주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견조한 실적 전망이라는 중장기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급등과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거시경제적 부담이 주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koinwon@newspim.com
